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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없이 하루 시작하면 어색"…2030은 왜 운세 앱에 빠졌나 [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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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황보기덕(26)씨의 하루는 운세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황씨는 “재미를 위해 보는 거지만 점수가 높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점수가 낮으면 하루를 조심스럽게 보내게 된다”고 말합니다.

[밀실]<제82화> #운세 보기에 빠진 MZ세대

황씨 뿐만이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을 막론한 20대 사이에서 운세 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휴대폰으로 손쉽게 운세를 확인할 수 있는 운세 앱뿐 아니라 스스로 사주를 배워 운세를 볼 수 있게 하는 ‘사주 클래스’도 인기라고 합니다.

MZ세대는 어쩌다 운세에 빠진 걸까요? 밀실에서 운세 보기에 푹 빠진 MZ세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운세 앱 시장 '큰 손'은 2030

최근 비대면 환경을 활용한 모바일 운세 앱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운세 앱 ‘점신’은 주 고객층이 20~30대 여성이며 2021년 1월 기준으로 이용자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30대가 33%, 20대가 26%로 2030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타로카드 이미지. pixabay

타로카드 이미지. pixabay

또 다른 운세 앱 ‘헬로우봇’ 역시 이용자의 90%가 MZ세대로 구성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글로벌 점술앱’을 표방하는 ‘포스텔러’도 국내 월 이용자 100만명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운세 탓이야” 결과 안 맞아도 위로 돼  

오태연(20)씨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운세 앱으로 자신의 운세를 확인합니다. 운세 앱의 매력으로 ‘무료’라는 점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편의성’을 꼽았는데요. 오씨는 “정리도 잘 돼 있고,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씨는 “주로 마음이 심란할 때 점을 본다”면서 “심리적으로 마음이 불안하니까 어디에라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운세를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험생이 된 MZ세대들도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운세 앱을 자주 이용합니다. 김예빈(18)씨는 "심심할 때나 위로받고 싶을 때 보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뭐라도 해보려고 보는 것 같아요. 고3이면 불안하잖아요. 친구들도 위로받고 싶은거죠. '괜찮겠지? 괜찮겠지?' 이러면서 해보는 것 같아요"

코로나 여파에 ‘건강운’‘취업운’ 인기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점술에 기대는 20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운세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는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직장인 이채홍(26) 씨는 취업준비생 시절 틈이 날 때마다 운세 앱으로 취업운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씨는 “사주를 보는 일반적인 이유와 반대일지 모르지만, 저는 미래 운세를 확인하기보다는 과거의 운세를 주로 찾아봤다”며 “안 좋은 일이 발생한 원인을 운세로 돌리고 위안을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운세 앱 포스텔러 김남연(28) 마케터는 “코로나로 인해 콘텐트 소비 비중이 달라졌다”면서 “원래는 애정운 소비가 늘 가장 많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건강운, 진로 관련 콘텐츠가 많이 이용됐다. 점술에 대한 관심도 시대를 반영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사주 배웠어요”

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심리테스트’ 개념으로 운세를 접하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평소에 운세에 관심이 많던 직장인 윤아영(29)씨는 최근 한 온라인 강의플랫폼에서 ‘사주 클래스’를 수강했습니다. 윤 씨는 “요즘 MBTI가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데, 사주도 MBTI랑 비슷하다”면서 “사주를 보다 보면 맞다, 내가 이거에 관심이 많았지 이런 걸 깨닫는다”며 사주의 매력을 설명했습니다.

윤씨가 수강한 ‘사주 클래스’는 수강생들이 직접 사주를 볼 수 있게 알려주는 강의입니다. 윤씨는 “사주 풀이는 풀이하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서 선입견이 들어갈 수 있다. 사주 보는 분들도 사람이라서 똑같다”면서 “스스로 사주를 보게 되면 그런 편견이 비교적 적고 배경도 다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주 클래스 수강생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 [독자 제공]

사주 클래스 수강생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 [독자 제공]

사주를 배운 뒤 윤 씨는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스타가 됐습니다. 윤씨는 “주변 친구들이 나를 보면 요즘 ‘내 사주 좀 봐달라’고 한다”면서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고, 계속해서 상황이 바뀌고, 걱정되는 일도 많고 불안한 일도 많다 보니까 사주를 통해 안도감을 느끼려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셀 수없이 많은 MZ 세대들이 운세 앱과 점술 클래스를 통해 위로와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미래를 알 수 있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점술을 찾는 MZ세대의 발길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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