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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래 들추지마" 그는 무죄…채동욱 혼외자 사찰 전말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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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63)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확인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8)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채 전 총장 혼외자 사찰 의혹 사건에서 남 전 원장은 1·2·3심 모두 무죄를 받은 반면 보고 라인 직원들은 유죄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 전 원장에 대해 1‧2심대로 무죄를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남 전 원장서천호 전 2차장 등이 국내 정보 수집부서장을 거쳐 송모 당시 정보관에게 채 전 총장 혼외자 첩보를 검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쓸데 없는 일을 했다” 질책성 발언한 남재준 무죄 확정  

1‧2심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이 관련 첩보 행위를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이 관련 첩보를 남 전 원장에 보고했을 때 “남 전 원장이 ‘쓸 데 없는 일을 했다’고 질책에 가까운 말을 했다”는 서 전 2차장의 진술 등을 판단에 참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서 전 차장이 채 전 총장의 혼외자에 대해 보고하자 “비열하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남자 허리 아래 문제 들춰서 입에 담는 것 아니야”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법원은 이에 남 전 원장이 사후 보고 받은 것만으로는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연합뉴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연합뉴스

반대로 채 전 총장 혼외자 A군의 사적 정보인 학교생활기록부·가족관계등록부 등을 확인해 보고한 국정원 직원들은 개인정보보호법, 가족관계등록법 혐의로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서 전 2차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국정원 문모 전 국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정보관 송모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채동욱 찍어내기’였나…‘혼외자 의혹 뒷조사’ 전말은

이 사건은 지난 2013년 9월 한 일간지가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일주일 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 지시를 내리자 채 전 총장이 스스로 사표를 내고 물러나면서 마무리됐지만 정권 및 국정원 개입설이 제기됐다. 당시 총장 취임 160여일 만이었다.

당시 혼외자 의혹과 채 전 총장 사퇴를 놓고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고 비판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당시 프랑스의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의 명언을 인용해 “정의가 없는 힘은 독재”라고 날을 세웠다.

박근혜 정부 1년차였던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칼끝을 겨누자 국정원이 외풍을 막아주던 ‘채동욱 찍어내기’를 한 것이라는 의심에서다.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공개 시점 자체가 2013년 검찰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국정원법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적용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구속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와 검찰과 국가정보원 사이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국정원이 구태여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를 추적했다는 것이 검찰의 의심을 샀다. 당시 국정원 직원 송모 정보관은 식당 화장실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확인하고자 서초구청에 해당 아동의 정보를 얻어내고, 아동이 다니던 초등학교의 교사로부터 “아버지 직업이 과학자인데 이름이 검찰총장과 같다. 동명이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듣는 등 뒷조사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 사건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임 정권 국정농단·적폐 수사 과정에서 전면 재수사 대상이 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2013년 퇴임 당시 모습. 최승식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2013년 퇴임 당시 모습. 최승식 기자.

국정원의 뒷조사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해준 김모 전 서초구청 가족관계등록팀장은 위증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이 100만원(1심)에서 700만원(2심) 으로 늘었다. 조회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았던 조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1심에서 위증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며 이번에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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