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 한벌에 8만원?" 되레 학부모 등골 빼먹는 무상교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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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값이 만만치 않다 보니 새학기만 되면 중고 교복판매 행사장에 학부모들이 몰린다. [사진 용인시]

교복값이 만만치 않다 보니 새학기만 되면 중고 교복판매 행사장에 학부모들이 몰린다. [사진 용인시]

“교복값이 20만원인데, 19만원을 더 내라고요?”
경기 과천의 학부모 A씨는 최근 중학생 자녀의 교복을 맞추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지출에 깜짝 놀랐다. 경기도는 무상교복 사업으로 중·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교복 한 벌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런데 여벌 셔츠와 바지, 체육복을 추가 구매했더니 20만원 가까운 금액이 나왔다. A씨는 “동복 재킷이 7만2000원인데 브랜드도 아닌 체육복이 7만9000원이라니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교복 지원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돼 시·도마다 시행되고 있지만 교복값 부담이 여전하다는 학부모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에 따라 교복 한벌 값으로 30만원 안팎을 지원하고 있지만 체육복 등 추가 구매 품목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전국 주요 시·도 교복 지원 사업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국 주요 시·도 교복 지원 사업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학부모 “30만원 지원하니 교복값도 30만원으로 올라”

교복 지원 금액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30만원 내외다. 시·도교육청에서 정한 교복 학교주관구매 상한가에 맞춘다. 그런데 같은 지원금으로 여벌 교복과 체육복까지 지원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학부모가 이를 전부 부담해야 하는 학교도 있다. 학교마다 교복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충북교육연대가 청주 소재 46개 중학교 교복 단가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교복 단가는 학교별로 최대 두 배까지 차이가 났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업체를 선정했는데도 교복 가격이 올라 지원 품목이 달라진 경우도 있다.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는 2020년 신입생들에게는 셔츠 2벌과 생활복 2벌을 추가 지원했지만, 2021년에는 학부모가 전부 개별 구매해야 했다. 18만3000원이었던 교복 한 벌값이 30만원으로 60%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학부모 B씨는 “교복 품질은 그대로인데 지원금액에 맞춰 가격만 올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SNS에서 체육복 가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쳐]

SNS에서 체육복 가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쳐]

높게는 8만원대인 체육복 가격도 학부모들에게 부담이다. 충남 천안의 학부모 C씨는 “코로나19로 학교에 안 가는 날이 더 많은데 체육복 한 벌이 8만5000원이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구점이나 체육사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체육복을 판매하지만, 원단과 디자인이 다르다. C씨는 “아이가 문구점 체육복을 입으면 친구들이 놀릴까봐 걱정해서 결국 브랜드 교복점에서 샀다”고 말했다.

교복 업체 “폭리 아냐...코로나19로 수익 악화”

교복 업체는 “일반 의류와는 다른 교복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교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중·고등학교의 학교당 평균 신입생 수는 약 150명에 그쳤다. 여기에 남녀 교복의 디자인이 다르고, 사이즈도 다양하기 때문에 교복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제작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교복 브랜드 관계자는 “학교주관구매제 시행 이후로 수익이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각 학교는 매년 8~12월 사이에 입찰 공고를 내고 교복 업체를 선정한다. 그러나 신입생 배치는 다음해 2월에야 나기 때문에 전년도 신입생을 기준으로 교복을 제작하게 되고, 남는 재고는 대리점이 그대로 떠안게 된다는 얘기다.

용어사전교복학교주관구매제

학교가 경쟁 입찰 등으로 교복 업체를 선정한 뒤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2015년부터 전국 국·공립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시·도에서 교복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학교 주관구매로 교복을 구매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생산구조와 빠듯한 납품 기한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넉넉한 기간을 두고 대량생산을 하는 해외 제작 방식과 달리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국내에서 제작하면서 인건비 비중이 커진 탓이다. 교복 업체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교복 상한가는 동결됐다. 대리점들이 계속 문을 닫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교복 수요가 더 줄어들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이다.

교복 정책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시·도교육감 권한”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금으로 교복 업체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학교주관구매제가 시행된 이후 충북과 전북에서 일부 교복 업체의 담합 행위가 적발됐다. 교복 지원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담합 의혹이 제기되자 시·도교육청이 조사에 나섰지만 담합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

교복 가격을 두고 학부모와 교복 업체 간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교복 가격에 대한 전수 조사나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7년부터 교복 관련 업무 권한이 시·도교육감으로 이양됐다. 각 교육청 조례에 따라서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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