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집에서 만들어 먹던 칼국수, 지금은 왜 사먹어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2.01.15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105)

맛있는 귀농귀촌 - 면요리(2)

겨울이다. 해가 조금은 길어진 것 같아도 저녁 5시 반만 넘어가도 이내 캄캄해지니 겨울답다. 마스크를 어디를 다니기도 힘드니까 집으로 일찍 들어 가는 것이 일상이다. 아니면 아예 안 나오는 이들도 많다. 집에 들어 가면 무엇을 할까 궁리하면서도 마을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역시나 할 것은 먹는 것 밖에 없다.

근래에 전국 각지에서 면요리를 되새기면서 생각한 것이 세상에는 먹을 것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먹을 것이 많으니 더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경기문화재단의 강헌 대표이사가 어느 팟캐스트에서 지나치듯 한 말이 기억이 난다. ‘한번 지나간 끼는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 참으로 명언이다. 겨울이라고 한끼를 그냥 저냥 지나칠 수는 없다.

칼국수 국물 재료로는 메생이 ,굴 , 팥, 해물,, 도토리,, 건진, 심지어 기러도 있다. 기러기 칼국수는 충남 예산에 있다.[사진 pixabay]

칼국수 국물 재료로는 메생이 ,굴 , 팥, 해물,, 도토리,, 건진, 심지어 기러도 있다. 기러기 칼국수는 충남 예산에 있다.[사진 pixabay]

겨울에는 무엇을 먹을까. 역시 뜨끈한 국물이 있는 국밥이 있고 시원한 메밀묵에 찹쌀떡이 생각난다. 그리고 겨울은 진짜 맛있는 수산물이 올라오는 계절이니 방어부터 시작해 온갖 생선회와 더불어 굴, 바지락, 매생이 대게를 즐길 수 있다. 시장에 가면 딸기와 귤과 유자, 감이 눈에 띈다. 겨울에는 홍시와 곶감은 또 어떻고. 말이 길어진다. 그렇지만 간단하게 떼워야 하는 점심에는 역시 국수가 제격이다.

연초에 귀농인 클럽에서 시작한 점심 메뉴는 칼국수였다. 신년 하례식 핑계로 단 4명이 모였다. 4명이 모인 이유는 당당하게 식당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4명이기 때문이다. 그 네명이 모여서 한 일이라고는 고작 점심을 뭘로 할까였다. 만장일치로 칼국수가 결정이 되었다. 다들 어제 술 한잔씩 했나 보다.

날이 추울 때는 칼국수다. 면을 반죽하고 밀어 넓적하게 만들고는 접어서 칼로 쓱쓱 썰어낸다. 여기에 육수를 무엇을 내느냐와 무엇을 잔뜩 넣느냐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바닷가는 조개, 멸치, 바지락으로 육수를 내고 내륙은 닭과 사골, 양지로 육수를 낸다. 이도저도 없으면 고추장과 된장으로만 맛을 낸다. 장칼국수가 그렇다.네명이 앉아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면서 서로 한 마디씩 하는데 다들 온갖 칼국수를 먹어 봤단다. 메생이 칼국수, 굴 칼국수, 팥 칼국수, 해물 칼국수, 도토리 칼국수, 건진 국수가 나오더니 심지어 기러기 칼국수도 있단다. 기러기 칼국수는 충남 예산에 있다. 참고로 이 기러기는 철새로 날아 오는 기러기가 아니라 과거에 식용으로 잠시 육성했었던 기러기과의 새라고 일행 중 한명이 덧붙였다. 그는 생물학과 출신이다.

칼국수는 칼로 썰어서 칼국수라고 이름이 붙여졌고 국수의 원조 격이 아닐까라고 생물학과 출신이 말하니 다른 한명이 아니라고 한다. 칼도 없었을 때는 반죽을 그냥 찢어서 먹었을 것이니 국수의 원조는 수제비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수제비. 세상의 모든 칼국수 이름에 수제비를 대입하면 다 어울린다. 그는 또 제면기가 국수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칼국수보다 조금 더 세련된 것은 분틀 또는 제면기에서 나온 국수다. 제면기에서 면을 가늘게 뽑아 내면서 본격적으로 멸치국수, 잔치국수, 메밀막국수, 냉면이 나올 수 있었다. 짜장면, 짬뽕, 우동, 스파게티도 마찬가지다. 몸으로 누르는 분틀이 유압식으로 뽑아내는 제면기로 발전하면서 대량으로 면이 제조되어 밖에서 사 먹는 면요리가 발달하기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라면이 국수 시장을 제패했다고 봐야 한단다.

날이 추울 때 생각나는 게 칼국수다. 면을 반죽하고 밀어 넓적하게 만들고는 접어서 칼로 쓱쓱 썰어낸다. 육수를 무엇을 내느냐와 무엇을 잔뜩 넣느냐에 따라 맛도 다양하다. [사진 김성주]

날이 추울 때 생각나는 게 칼국수다. 면을 반죽하고 밀어 넓적하게 만들고는 접어서 칼로 쓱쓱 썰어낸다. 육수를 무엇을 내느냐와 무엇을 잔뜩 넣느냐에 따라 맛도 다양하다. [사진 김성주]

다만, 집에서 해 먹는 면요리에 한계가 있음을 아쉬워했다. 수제비와 칼국수는 집에서 직접 해 먹고 멸치국수 정도는 동네 슈퍼에서 소면을 파니 가능하다. 그 이상은 육수와 고명이 어려워져서 집에서 하기가 어려워 결국 식당에 갈 수 밖에 없다. 냉면을 집에서 제대로 하려면 원가가 한그릇에 3만원 이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밖에서 사먹으면 싸면 5000원, 비싸면 1만3000원이면 가능하니 경제적으로 이익이다. 면요리의 한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집 국수와 가게 국수로 나뉘어졌다고 말한 그는 경영학으로 학위가 있다.

거기에 또 덧붙이기를 칼국수도 이젠 집에서 해 먹기가 어려워진 것이 아쉽단다. 반죽과 칼질을 능숙하게 하던 어머니 세대들이 사라져가고, 지금 가정집은 모든 면과 육수를 사서 쓰니 안타깝단다. 하긴 만두도 이제는 만두피를 사서 쓴다. 냉동 만두를 주문해서 끓여 낸다.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넓게 펴서 주전자 뚜껑으로 만두피를 찍어 내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러나 집에서 면 요리를 해 먹기가 어려워진 것은 주거 구조의 문제이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고 다른 한명이 주장한다. 예전에는 마당과 마루가 넓어서 얼마든지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서 펼쳤지만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지 않은가. 그나마 우리 시골집이 마당과 마루가 넓어서 김장을 하고 장도 담그고 국수도 밀 수 있는데 도시의 아파트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니 현재의 주거 공간이 칼국수마저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테리어를 공부했고 지금도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다.

김치를 저장하는 김치 냉장고를 모든 가정집에 한 대 이상을 보유한 시대이다. 집 안에 냉장고 갯수를 세어 보면 아마도 2~3개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김치를 담그는 공간은 부족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지만 정작 음식 하나 제대로 만들 공간 하나 없다.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집에서 고기 한점 제대로 굽지 못한다. 냄새가 윗층으로 올라가 폐를 끼칠까봐 조심스럽다. 거기에 메주를 띄워서 장을 담근다고? 상상도 못한다. 국수 만들겠다고 반죽하고 홍두깨로 쓱슥 미는 동안 반죽끼리 들어붙을까봐 밀가루를 척척 뿌려야 하는데 아파트 안에서는 어렵다. 청소하면 될텐데 이상하게 엄두가 안 난다. 예전에 살던 좁디 좁던 하꼬방에서는 다 했는데 말이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나가서 사 먹는게 제일 속편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금 맛집이 유행하는 것이 개인적 취향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귀농인 클럽 회원도 집에서 음식을 장만해 먹기가 불편하니까 시골로 이사한 것이잖냐는 말에는 다들 공감했다.

귀농인에게 음식이란 일상에서 섭취하는 영양소의 의미이기도 하고 맛을 즐기는 식도락의 의미도 있지만 도시에서 음식 해먹기가 불편하니 이동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 편하게 먹자는 의미도 강하다. 소소한 농산물을 직접 키운다. 장에서 사온 배추와 당근, 돼지고기, 생선 따위를 여유있게 보관한다. 널따란 공간에서 김장을 하고 장을 담근다. 심지어 장독대가 있다. 그리고 숯불을 피워 생선을 굽고 고기를 굽고 전을 붙인다. 여러명이 모여서 박수치며 놀아도 신경이 안 쓰인다. 이런 공간이 필요해 귀농귀촌을 한 것이다.

칼국수를 먹으면서 생각해 봤다. 귀농인들은 어떻게 먹는 것이 중요할까. 지역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추구하는 슬로우 푸드에서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소비하여 탄소 발생을 줄이고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로칼푸드와 지산지소(地産地消),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모두 의미가 있다. 음식에 대한 태도는 사회적 의미와 효과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음식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칼국수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집이라면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래저래해서 다음번의 귀농인 클럽 모임은 새해를 보람차게 보내자는 의미로 제주도로 가서 워크숍을 갖기로 하였다. 1년에 한번 하는 행사이다. 제주도로 가서 현지 농민들과 만나 토론도 하고 간담회를 하기로 하였다. 물론 속내는 제철을 맞은 고등어와 갈치회를 먹고 놀자는 것이다. 맛집 탐방을 하며 놀아보자는 제안을 한 사람은 바로 관광학을 공부한 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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