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임원만 받던 스톡옵션, 마켓컬리·토스는 왜 전 직원에게 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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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지동 마켓컬리 서울복합물류센터 지하의 냉장센터 [연합뉴스]

서울 장지동 마켓컬리 서울복합물류센터 지하의 냉장센터 [연합뉴스]

장보기 플랫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전 직원에게 스톡 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한다고 12일 공개했다. ‘창업 공신’이나 핵심 임원 등 소수만 받던 스톡 옵션을 컬리는 왜 전 직원에게 나눠주는 걸까.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스톡 옵션 먹튀’ 논란 이후 소수 임원에 집중된 스타트업 보상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터라, 컬리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무슨 일이야

● 컬리는 지난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규직 직원 900여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2015년 설립후 컬리가 직원 전체에 스톡옵션을 지급한 건 이번이 처음. 컬리는 “평 직원에게 더 많은 수량을 배분하기 위해 임원진은 이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보상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고 한다.
● 업계에선 컬리가 이번 스톡옵션 행사가를 지난달 투자유치 당시 인정받은 주당 가격(1주당 10만원)의 20% 선으로 책정했다고 알려졌다. 부여받은 날로부터 2년후부터 컬리 주식을 주당 약 2만원에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컬리는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스톡옵션 대신 현금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찬 서울대 교수(산업인력개발학)는 “스톡옵션은 이직이 잦은 스타트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오래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수백명 규모의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 일괄 부여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아직은 드물다”고 말했다.

스톡옵션이 뭔데 

● 스톡 옵션은 주식이 아니다. 임직원이 미리 정해진 가격에, 일정 수량의 회사 주식을, 일정 기간 내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스톡 옵션 행사가와 상장후 주가 간 차이가 클수록, 즉 주가가 오를수록 임직원이 얻을 차익이 커진다.
● 비상장 기업은 보통 예상되는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행사가 5000원에 2만주를 살 권리를 받았다면, 상장 후 주식이 주당 1만원일 경우 1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해

● 상장하면 임원들만 대박? : 최근 10년간 급성장한 정보기술(IT)ㆍ바이오ㆍ게임 회사의 경우 임원들은 스톡 옵션을 행사해 수백억 원을 번 경우가 급증했다. 오래 고생한 데 따른 보상, 성장에 기여한 대가라고는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일반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심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카카오페이의 경우, 대표이사 포함 C레벨 경영진들이 상장후 한 달 만에 주가가 높을 때 스톡옵션을 행사해 수백억대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직원들은 상장 당시 발행 주식의 20% 규모로 배정된 우리사주 청약을 통해 카카오페이 주식을 확보한 경우가 많았다. 이 회사 우리사주는 상장후 1년간 보유 의무가 있다.
 인재유치와 자본소득, 윈윈 : 대기업 사원들은 연말이면 주변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는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 또는 특별보너스가 나와서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이런 ‘총알’이 두둑하지 않다. 그럼에도 핵심 인재를 붙들어 둬야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엔 스톡 옵션이 유용한 카드다. 효과도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에 다니는 장모(32)씨는 입사하며 연봉의 20% 가량을 스톡 옵션으로 계약했다. 그는 “어차피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스톡 옵션”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자본 수익과 연결되므로 회삿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컬리 말고 또 어디가?

쿠팡의 배송을 맡고 있는 쿠팡친구(쿠팡맨). [사진 쿠팡]

쿠팡의 배송을 맡고 있는 쿠팡친구(쿠팡맨). [사진 쿠팡]

최근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건 토스·컬리 등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다.
● ‘1년 뒤 1억’ 토스 : 토스와 토스뱅크는 입사 1년 차에 임직원들에게 1인당 1억원의 스톡 옵션을 부여한다. 개인마다 상이하지만 대체로 부여 후 약 3년 후 완전 행사할 수 있다. 토스 관계자는 "2018년에 처음 전 임직원에게 스톡 옵션을 지급했는데, 이후에 합류한 사람들에게도 우리와 철학이 맞으면 회사를 같이 키워 나가자는 취지에서 비슷한 규모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니콘 아니어도 : 올해 IPO를 앞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도 지난해 상반기 입사자까지 전 직원에게 1000만원 가량의 스톡 옵션을 부여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상장후 직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도 상장 1년 전 전 직원에게 스톡 옵션을 지급했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상장 직전 전 직원에 조건부 주식을 배분했다. 스톡 옵션은 아니지만,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친구’와 물류센터 직원 등 일선 현장 직원들과 상장 과실을 나눈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직원 1인당 200만원, 총 1000억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지급됐다. RSU는 회사가 제시한 근속 조건을 직원이 충족할 때 주식을 주는 방식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스톡 옵션 받으면, 무조건 좋나  

● 그때 그때 다르다 : 소수가 독식하던 스톡 옵션을 보편적으로 나누는건 좋지만, 상장에 차질이 생긴다면 스톡 옵션은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비상장주식도 거래는 가능하지만 매수자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또 상장 후에도 주가가 행사가보다 낮아지면 손해가 발생한다. 자금 조달 역시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대출로 행사가격을 마련했다면 대출이자 등으로 손해를 볼 위험도 있다. 또 소득세나 양도세 등 각종 세금도 본인의 몫이다.

● 실속형 스톡 그랜트 선호 : 스톡 그랜트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보상이다. 스톡 그랜트를 받으면 세금(근로소득)을 내야 하지만, 받을 때보다 주가가 좀 떨어져도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직원들에겐 일단 이득이다. 성과 보상 문제로 몸살을 앓던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전 직원에게 3년 동안 매년 1000만원의 스톡 그랜트를 지급하겠다”며 진화한 바 있다. 회사의 미래가치(주가)가 오르면 직원들의 자산도 오르는 ‘동기화’를 노린 보상 정책이다. IT 업계에서도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는 스톡 옵션보다 현금 보상이나 스톡 그랜트가 실속있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는?

스톡 옵션을 전 직원에 대한 보상 방식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은 평균 재직기간이 일반 기업보다 짧은 편인 데다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이탈 방지 수단이 절실하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국내에서는 벤처ㆍ스타트업 초기단계부터 공헌도 높은 직원이나 부서장 등 검증된 인력에게만 스톡 옵션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며 “컬리의 이번 결정은 '이젠 스타트업도 스톡 옵션과 같은 장기성과급(LTI · Long Term Incentive)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