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코앞 '중대재해' 터졌다…진짜 사고 막는 법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1.15 06:00

업데이트 2022.01.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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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후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는 현장에 눈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후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는 현장에 눈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의 촉 : 잇따르는 중대산업재해

희한한 일이다. 정부가 강도 높은 안전 점검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거나 안전 대책을 내놓기만 하면 대형 안전사고가 터지고 있어서다. 그것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을 코앞에 두고 산재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민간과 공공부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발생 중이다. 심지어 정부가 안전한 기업이라고 인증한 곳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정부는 뭐 하나" "공포 마케팅형 대책만 내놓지 말고 실효성 있는 현장 중심의 일을 하라"라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윤성원 1차관 주재로 중앙건설안전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정부·공공기관·건설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윤 차관은 강도 높은 안전관리를 주문했다. "일선 건설현장의 안전관리가 부족하고, 근본적인 안전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0일 만인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윤 차관은 동절기 화재·질식사고 우려를 불식시킬 안전대책도 주문했다. 하지만 꼭 2주 만에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관 3명이 순직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고용노동부도 11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제조·건설현장에 근로감독관 1500명을 투입해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계획을 발표한 그 날 오후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2022년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 방향'을 발표(10일)한 지 하루만이다. 당시 정부는 지난해 828명이었던 산재 사고 사망자를 700명대 초반으로 확 낮추겠다고 했다.

심지어 고용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를 낸 HDC 현대산업개발에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인증을 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대형 참사를 냈는데도 HDC는 이 인증을 획득했다.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안전보건공단은 14일 인증을 부랴부랴 취소하는 촌극을 빚었다.

정부가 다그치고, 그 뒤 사고가 발생하는 패턴은 공공부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KTX-산천 열차가 5일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탈선해 승객 7명이 다쳤다. 탈선 사고로 열차 객실 유리창이 깨진 모습. 연합뉴스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KTX-산천 열차가 5일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탈선해 승객 7명이 다쳤다. 탈선 사고로 열차 객실 유리창이 깨진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일 충북 영동터널에서 KTX 열차가 탈선해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열차 바퀴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하면 대형 시민재해로 비화할 뻔했다. 이에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24일 국가철도공단 관계자와 안전관리 간담회를 열고 강력한 안전대책을 주문했다. 사고가 난 뒤인 11일에는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를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제4차 철도안전종합계획’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국무총리 주재 제3차 기반시설관리위원회에서 모든 기반시설의 안전 등급을 최소 보통(C등급) 이상으로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계획이나 안전 관리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기보다 현장과 괴리된 보여주기식 홍보책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은 이래서 나온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전력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전신주에 올라 전기연결 작업을 하다 감전돼 숨졌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사고가 발생한 뒤 정승일 한전 사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공공부문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마땅한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 이런 희한한 구조가 쳇바퀴 돌듯 잊을만하면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 10건 중 한 건은 공공부문에서 발생했다. 한데 공공부문은 사실상 독과점 체제다. 경제적 제재 또는 타격을 거의 입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재 발생 기업이지만 공공계약의 주체로서 버젓이 경영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오히려 협력업체를 쥐어짜기에 십상이다. 실제로 한전은 안전계약 특수조건 제6차 개정안에서 산재 사고가 나면 발주처(한전)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등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대형 사고를 낸 민간기업은 아예 계약 배제 등 경영 활동이 제약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슈퍼 갑으로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엄청난 특혜를 누리는 셈이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만 해도 광주광역시는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을 재개발 사업 등에서 퇴출키로 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이 안전사고 예방과 직결된다는 점을 역으로 시사하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공공·민간을 가리지 않고 대표자(CEO)에 대한 처벌이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안전 우선 경영으로 경영의 체질을 확 바꾸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더불어 윽박지르고, 공포감을 주는 식의 대책만 내놓은 정부의 탁상행정도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 기업 CEO에게 책임을 묻는 데 매몰되지 말고 정부가 연대 책임을 진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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