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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당면 과제는 핵무기·기후변화·자원고갈·불평등”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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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호 16면

‘대격변의 시대’ 성대국제컨퍼런스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이 14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성대국제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성균관대 석좌교수 겸 UCLA 지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키요테루 쯔쯔이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장진영 기자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이 14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성대국제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성균관대 석좌교수 겸 UCLA 지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키요테루 쯔쯔이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장진영 기자

“인류 문명이 앞으로 28년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총, 균, 쇠』 저자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성균관대 석좌교수 겸 UCLA 지리학과 교수는 14일 ‘대격변의 시대’를 주제로 열린 제1회 성대국제컨퍼런스에서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라 핵무기와 기후변화, 자원고갈,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날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키요테루 쯔쯔이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와의 온라인 화상대담 첫 번째 세션에서 “코로나19는 최악의 경우에도 사망률 2%에 불과하다”며 “그에 반해 핵무기와 기후변화 같은 문제는 인류를 말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치명적인 문제여서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 개최 취지에 관해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은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대변동』(Upheaval·2020년 국내 출간)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세계 각국의 큰 변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지난해 11월 성균관대 학생을 위한 다이아몬드 교수의 수업을 듣고 크게 공감했다”며 “지금의 대변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이 동시에 겪는 일인 만큼 국가와 개인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는 국제 사회의 협력을 촉발해 앞으로 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다이아몬드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지금의 팬데믹 사태는 문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통해 모든 국가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초강대국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각국 리더는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 민족주의는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라며 “초국가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꼽은 첫 번째 위험 요소는 핵전쟁이다.  그는 “여전히 핵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핵겨울(핵전쟁 발생 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저온 현상)이 올 수도 있다”며 “이미 다이너마이트를 사용 중인 테러리스트는 5년, 또는 10년 내 더티밤(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결합해 만든 일종의 살포장치)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원고갈에 대해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룩셈부르크·일본·독일 등 선진국의 자원 소비 속도와 폐기물 발생량은 케냐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32배나 된다”며 “모든 국가가 선진국 수준으로 소비를 늘리면 전 세계 인구가 현재의 70억 명에서 800억 명으로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이후로 점점 더 깊어지는 불평등도 인류가 당면한 과제로 꼽혔다. 국가 내 불평등뿐 아니라 국가 간 불평등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더 심각한 불평등에 빠진다면 부유한 지역의 주택들은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가난한 미국인이 안전할 때까지 부자 미국인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며, 몽골과 볼리비아가 안전할 때까지 미국은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닥쳐올 세계적인 위기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관점을 밝힌 다이아몬드 교수와 다르게 핑커 교수와 쯔쯔이 교수는 상대적으로 낙관론을 펼쳤다.

저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빈 서판』 등으로 알려진 핑커 교수는 “인간은 부정적인 면에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과장하기 쉽다”며 “과거에도 21세기가 되면 미국·소련이 지도에서 사라지고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연구가 존재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위험성 면에서 지나친 확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원고갈 문제에 대해서도 핑커 교수는 기술의 혁신만 뒷받침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지 않으면 언젠가 인간이 자멸할 것이라는 주장과 ‘인구 폭발’이라는 개념, 자원고갈에 대한 경고도 1950년대부터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 20년간 인류는 새로운 기술 개발로 매번 문제를 해결해 왔고, 지니계수(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를 비교해 보면 절대 빈곤이 줄어드는 등 세상은 오히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 전문가인 쯔쯔이 교수는 불평등의 본질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보다 건강·부·안전 면에서 사회가 개선됐지만 인류는 늘 상대적인 잣대로 상황을 평가한다”며 “‘지금의 자동차가 100년 전보다 더 빠르다’고 생각하기보다 ‘내 차가 이웃의 차보다 느리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며 불평등을 야기하는 심리적 요인을 지적했다. 과거보다 절대 빈곤이 줄었다고, 상황이 개선됐다고 판단하기보다 현재의 양극화에 집중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가오는 대격변, AI와 소셜굿’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 번째 세션에는 마이클 번스타인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사이먼 성일 우 성균관대 데이터사이언스 융합학과 교수, 김주호 카이스트대 전산학부 교수, 최준희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찰스 크랩트리 다트머스대 정치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마지막 세션에는 월터 우디 파웰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박성민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 ‘비영리조직과 도시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대격변의 위기를 헤쳐 나갈 해법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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