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 성장 시대]미·중 성장률 격차 0.4%P 불과, G2 패권 경쟁 분수령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15 00:20

업데이트 2022.01.1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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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호 11면

[SPECIAL REPORT]
중국 5% 성장 시대

5.2%(미국), 그리고 5.6%(중국).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G2(Group of 2)의 올해 경제성장률이다. ‘저성장의 미국, 고성장의 중국’이라는 지난 수십 년간의 수식어가 무색하리만치 별 차이가 없다. 이미 지난해만 해도 양국 간 성장률 격차가 불과 2%포인트까지 좁혀진 것으로 IMF는 추정하고 있다(미국 6%, 중국 8%). 불과 3년여 전인 2018년 미국의 성장률은 3%, 중국은 6.7%였다.

미 중간선거, 중 시 주석 3연임 결정의 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최근 수년간 첨예했던 G2 간 패권 전쟁에서 미국이 승기를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애초 군사력에서 미국에 크게 뒤처지는 중국이 ‘믿을 구석’은 경제력이었다. 고성장세를 유지하면 저성장이 고착화한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아 경제 규모로 추월하는 게 가능하다. 더욱이 미국으로서도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 시장이자, 제조 공장인 중국을 너무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 자국뿐 아니라 동맹국들까지 산업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강대강(强對强)’을 불사한 데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과거처럼 양국 간 성장률 격차가 크게 유지되면서 중국이 시장·공장으로서도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절대적 영향력을 가졌을 때의 얘기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의 집중 견제로 중국경제가 내수 진작을 통한 수출 보완과 선순환이라는 ‘쌍순환 전략’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향후 5년 정도 성장세가 계속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조금씩 배제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면서 동맹국과 공동 전선을 적극 형성 중인 지금의 상황이 중국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의 중·장기적 성장이 제약되고 있다”며 중립적으로 봤을 때 중국이 2035년까지 연평균 3%대 후반 성장률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0~2019년(7.7%)의 반 토막 수준이다. 한은은 그 근거로 생산성 둔화와 미국과의 갈등에 따른 리스크를 들었다. 예컨대 중국의 한계고정자본계수(한 단위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추가 자본 수치로 높을수록 생산성 저하를 의미)는 2010년 4.1%에서 2019년 7.2%까지 치솟았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과거처럼 저임금에 근로자들을 쓰는 게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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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와 함께 미국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중국 내에 반(反) 외자 기업 정서가 강해졌다. 규제 또한 대폭 늘었다. 이는 해외 기업들이 봤을 때 공장으로서 중국의 매력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본 도시바는 지난해 중국 24개 지역의 33개 공장 문을 모두 닫고 철수하기로 하는 등 각국 기업들은 ‘세계의 공장’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속속 낮추고 있다. 이들은 리쇼어링(본국 회귀)하거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시장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대만 기업 HTC가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등 탈(脫) 중국 바람이 거세졌다. 미국과의 관계가 나쁠 대로 나빠진 나라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감수하며 사업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마찬가지로 인도 등 다른 매력적인 시장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이 같은 어려움 속에 저성장이 이어지면 싸움의 주도권을 놓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앤드루 콜리어 전 중국국제은행(BOCI) 미국지사장은 최근 중앙SUNDAY에 “중국이 민족주의 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올해 미·중 관계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양국 간 교역량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등 서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주도권 놓친 중국, 대미관계 더 나빠질 듯

이런 가운데 올해 주요 정치 이벤트가 G2 관계 변화의 분수령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올 가을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는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인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은 임기 국정 장악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할 관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열릴 중국 공산당의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달려 있다. 3연임 자체는 확정적이지만, 이를 앞두고 내부 단속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한편 현 시점에서 미국의 승리를 속단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면서도 “2030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천명한 미국 경제 추월 시점인 2035년보다 5년이나 앞선 전망치다. 중국의 향후 성장률이 2025년까지 연평균 5.7%, 이후 2030년까지 4.7%로 점차 완만해지기는 해도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선진국보다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이 산업 발전의 토대인 기술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 중간재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다고 해도, 중국이 타격 최소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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