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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 성장 시대]“중국 정부도 경제 위기감 느껴…가을 당대회 때 정책 변화 가능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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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호 09면

[SPECIAL REPORT]
중국 5% 성장 시대 

“구체적인 수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5% 경제성장률 전망은 과거에 비하면 낮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문제는 계속해서 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2010년 10%가 넘던 중국경제 성장률은 2019년에 이미 6%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이상훈 KIEP 북경사무소장

이상훈 KIEP 북경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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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사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장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소장은 2009년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중국을 연구하다 2020년 북경사무소장을 맡으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혼란과 최근의 헝다 사태까지 중국경제를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그는 “일련의 혼란을 겪으면서 중국이 경제 구조를 고도화하고 첨단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의 경제 동조화가 깊은 만큼 한국 기업도 이에 맞춰 새로운 영역에서 시장을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11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중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떤 것인가.
“지난해 12월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현재 중국경제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회의에선 중국경제가 현재 내부적으로 수요 축소, 공급 충격, 기대심리의 약화라는 3중고에 처해있으며, 대외적으로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당장은 경제 안정에 집중할 태세다. 일단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은 ‘상저하고’ 양상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변화가 있다면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큰 이벤트인 제20차 당대회가 올해 늦가을에 예정돼 있다. 정책적인 변화가 있다면 아마도 이 때 발표될 것이고, 당분간은 급격한 변화보다 세부적인 조정이 이어질 것이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긴축 전환 중이다.
“과거에는 중국은 미국이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면 바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온건한 통화정책은 이와 반대로 가는 것인데, 중국경제에 크게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크게 확장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정책 여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공급망 병목은 어떤 상황인가.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중국의 역할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요한 위치다. 다만 아직은 중국의 성장 둔화가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는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그것보다는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영향을 봐야 한다. 중국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공급 측면의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철강, 전해 알루미늄, 석탄, 시멘트 등 공급과잉 산업 구조조정이다. 예컨대 석탄산업에선 경쟁력 없는 소형 탄광을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러다 석탄 공급부족과 전력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석탄에서 추출되는 요소의 공급부족 문제가 확산된 것이다.”
구조조정 중인 다른 산업이 있나.
“현재 중국 내에서 희토류 산업 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 이후 공급가격을 인상한다거나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우 세계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보다 경제안보 강화나 산업정책 변화에 따른 공급망 병목현상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구조를 고도화하고 첨단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도 그 과정에 필요한 중간재와 설비, 제품, 기술을 공급하는 식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
중국 역시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 속에서 중국 역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배제 움직임에서 중국 나름의 생존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1차적 성과를 RCEP이라고 보고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다만 중국 경제가 워낙 크다보니 지역 자유무역협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하려 하는 것이다.”
미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는 미국 중간선거와 중국의 당대회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강대강(强大强) 대치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안별로는 냉탕과 온탕을 수시로 오갈 것이다. 예컨대 미국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한데 해법으로 중국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시켜서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자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분쟁은 지속되겠지만 사안별로는 상호 협조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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