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은 죄가 없다…치킨값 2만원 시대 만든 황당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1.14 21:09

업데이트 2022.01.15 09:08

‘치킨 2만원 시대’가 개막했지만, 치킨에 쓰이는 닭고기 가격은 10년 전보다 하락했다. 셔터스톡

‘치킨 2만원 시대’가 개막했지만, 치킨에 쓰이는 닭고기 가격은 10년 전보다 하락했다. 셔터스톡

무섭게 오르는 물가 속에 국민 대표 배달 먹거리인 치킨도 2만원 넘게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보통 먹거리 물가는 가축에 전염병이 돌거나, 농사가 잘 안돼 공급이 부족해지면 급등한다. 그런데 치킨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주재료인 닭고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빅3 중 2곳은 최근 치킨 가격 인상에 나섰다. bhc치킨은 지난달 치킨 메뉴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1000~20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교촌치킨도 상품 가격을 500~2000원 인상했다. 각사의 대표 메뉴인 bhc ‘뿌링클 콤보’나 교촌 ‘허니 콤보’ 모두 2만원을 받고 있다. 치킨·햄버거 프랜차이즈 KFC도 최근 대표 메뉴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치킨 업계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가맹점 사장들이 살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한 데다 그동안 쌓여온 배달료·인건비·임대료 등 운영비 부담으로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닭고기 가격 ↓, 그래도 치킨 가격은 ↑

반면 닭고기 가격은 과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그런데 치킨 가격은 떨어질 수 없다. 왜 그럴까? 배달음식 시장의 구조가 달라져서다.

연평균 닭고기 가격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평균 닭고기 가격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5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살아있는 닭을 도축한 ‘도계’의 지난해 연평균 닭고기 가격은 ㎏당 3340원(9·10호 기준)이었다. 10년 전인 2012년(3564원)보다 6.7% 저렴하다. 닭고기 가격의 등락폭은 2008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주로 2000원대 후반~4000원대 초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추세다.

도계 가공업체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일정 가격 수준을 설정하고 6개월~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도계 가격에 약 10%의 마진을 더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여기에 유통비용 등을 붙여 약 5000원에 가맹점으로 닭고기를 공급한다.

업계 “배달 수수료 부담 과거의 10배”

치킨 가격을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배달료로 분석된다. 배달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상승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보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배달 대행 중개 업체를 통해 배달을 하는데, 중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1500~2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실제 배달 비용은 따로 낸다. 보통 4000~5000원을 소비자와 나눠 부담하는데, 이마저도 눈이나 비가 오면 가격이 오른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 배달 업체가 배달료 500~1000원 추가 인상에 나섰다.

'2만원 치킨’ 가격 구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만원 치킨’ 가격 구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전화로 주문을 받았을 때는 수수료가 150~200원 수준이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비용이 10배 늘어난 셈”이라며 “사장이 2500원을 부담한다면 하루에 50건을 배달해도 일주일에 배달비로만 87만5000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배달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배달비 부담이 너무 커서 4000~5000원 전액을 소비자가 내도록 하는 사장님도 많다”고 전했다.

치킨 배달시장, ‘치킨게임’ 될 수도

여기에 밀가루·기름 등 재료비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밀가루 가격은 1년 전보다 8.8% 상승했고, 식용유 가격도 12.3% 올랐다. 각종 후기(리뷰)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음료 등의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메뉴 가격을 올려도 이익을 보는 것은 가맹점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에서 치킨 가격을 일괄적으로 올리면서 가맹점 재료 공급가까지 함께 인상했기 때문이다.

업계와 전문가는 앞으로도 배달료가 계속 올라 소비자와 가맹점주가 더 큰 부담을 져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비용을 투자해 왔는데, 향후에는 이 비용을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며 “과도한 부담 전가를 막고 배달 시장이 플랫폼·음식점·소비자가 모두 손해를 보는 ‘치킨게임’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자율적인 상생 노력과 함께 정부의 사회적 조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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