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대로 시작 안 해" 2030년, 50조 시장될 거라는 산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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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맞아 중국 중앙 텔레비전(CCTV)은 올림픽을 시청할 전 세계 약 4억 3000만 명의 청력 장애인을 위해 AI 수화 앵커를 도입한다. 이 앵커는 바이두(Baidu)가 제작한 '가상 인간'으로 기계 번역, 음성 인식 등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24시간 '쉬지 않고' 수화 통역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할 AI 수화 앵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할 AI 수화 앵커

가상 인간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31일 밤부터 1월 1일 새벽까지 방영된 중국 장쑤TV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에 1995년 세상을 떠난 덩리쥔(鄧麗君·1953∼1995)이 등장했다. 가상 인간 덩리쥔은 새해 인사를 한 뒤 총 3곡의 노래를 불렀다. 가상인간 덩리쥔 옆에는 가수 저우선(周深)이 함께 섰는데, 한 화면에 잡힌 두 사람이 이질감 없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술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중국 장쑤TV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에 등장한 가상인간 덩리쥔(鄧麗君·1953~1995)

중국 장쑤TV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에 등장한 가상인간 덩리쥔(鄧麗君·1953~1995)

이날 덩리쥔은 사후에 만들어진 노래 '대어'(大漁)를 불러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실제 덩리쥔이 한 번도 부른 적 없는 노래이기 때문에 덩리쥔의 생전 목소리를 토대로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날 덩리쥔을 무대에 세운 회사는 중국의 가상현실 전문 기업인 디지털왕국(數字王國)으로 '미스티크 라이브'(Mystique Live)라고 불리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렌더링 시스템으로 덩리쥔을 구현해냈다.

이외에도 상하이 푸파(浦發)은행의 가상 직원 '샤오푸(小浦)', 시를 짓고 작곡도 할 줄 아는 칭화대 가상 학생 '화즈빙(華智冰)', 라이브방송 플랫폼 콰이서우(快手)가 선보인 라이브커머스 진행자 '관샤오팡(關小芳)',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상인간 'AYAYI' 등 디지털 가상인간 붐이 일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021년은 메타버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타버스 구현의 필수 요소는 가상 인간이다. 생생한 가상 인간의 존재가 몰입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5G, AI 및 VR 기술에 힘입어 가상 인간 산업 역시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플랫폼 QbitAI가 발표한 〈가상인간 심층산업보고서〉는 2030년 중국 가상 인간 기술 시장 규모가 2700억 위안(약 5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약 2억 5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Z세대의 소비와 수요도 가상 인간의 연구개발과 응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른 성장환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 가상인간을 보다 쉽게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캔들 없는 '가상 아이돌'이 광고 모델, 겨울왕국 '엘사'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준다면?  

가상 아이돌에 대한 수익은 주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받는 리워드, 광고 출연료 등에서 발생한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 인간을 제작할 때 드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3000만 위안(약 56억 원)이다. 예를 들어, 현재 가상 걸그룹 A-Soul이 부른 싱글을 제작하는 데 약 200만 위안(약 3억 7000만 원), 오프라인 콘서트를 주최하는 데 2000만 위안(약 37억 3620만 원)이 소요된다.

가상 아이돌 류예시(柳夜熙)

가상 아이돌 류예시(柳夜熙)

그러나 글로벌타임즈는 "한 조사에서 가상 아이돌에 500위안(약 9만 원) 이상을 쓸 의사가 있는 사람의 비율을 집계했더니 6.3%에 불과했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8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 아이돌 류예시(柳夜熙)도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간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다.

베이징에 기반을 둔 가상 인간 제작 AI 회사의 직원 장씨는 "지난 2년 간 팬데믹은 인간의 활동 영역을 제한했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사람들이 가상 세계를 동경하게 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업도 가상 인간에 호의적이다. 2021년 많은 아이돌과 배우가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그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이 리스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광고주에게 '통제'가 가능한 모델은 매력적일 수 있다. 또.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 인간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장씨는 글로벌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Elsa)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감을 줄까? 가상 인간은 교육 분야에서 특히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선 건설회사 완커(萬科·Vanke)의 '2021년도 우수 신입사원상'을 받은 한 직원이 화제였다. 추이샤오판(崔筱盼)이라는 이름의 이 직원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인간(Virtual Human)이다. 완커의 신입 직원인 '추이샤오판'은 각종 업무의 진행 상황과 업무 문제를 빠르게 감지하고 동료에게 메일을 보내 업무 기한에 맞춰 진행하도록 알려준다. 완커는 '추이샤오판'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딥뉴럴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며 소통에 따뜻함을 더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추이샤오판'은 지난해 2월 입사 이후 알고리즘 반복을 통해 영수증과 경비 회수 등을 알려주는 단순한 업무에서 증명서 업로드 및 관리 등으로 업무 범위를 점차 확대했다.

아직 '시작 단계', 잠재력 무궁무진한 시장 

중국의 IT공룡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지난해 10월 가상 인간 리웨이커(李未可, Li Weike)를 개발한 업체인 항저우 리웨이커 과학기술 유한공사(杭州李未可科技有限公司)에 투자했다. 리웨이커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작업을 완료하는 수준이 아닌, 감정 공유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상 인간 리웨이커(李未可, Li Weike)

가상 인간 리웨이커(李未可, Li Weike)

중국 기업정보 사이트 치차차(企査査)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기업 넷이즈(Netease· 網易) 산하 넷이즈캐피털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상인간 분야의 투자를 늘렸고 지난해에만 약 4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바이두도 가상인간 플랫폼인 '바이두 스마트 클라우드 시링(曦靈)'을 공개했다. 해당 플랫폼에선 여러 업종에 다양한 가상인간 생성과 콘텐트 생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의 가상 인간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가상인간, 메타버스에 대한 개발은 일본, 유럽, 미국이 먼저 시작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최근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가상 인간 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다.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하다.

중국은 2021년 10월 가상 인간의 혁신과 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발표하여 처음으로 가상 인간의 개발을 명시하고 지원에 나섰다. 중국의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국이 발행한 청사진에 따르면 중국은 뉴스 방송, 일기 예보, 버라이어티 쇼, 과학 및 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가상 앵커와 애니메이션 수화의 광범위한 적용을 촉진할 예정이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오늘날의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해당하는 자신만의 아바타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늘날 한국의 카카오(Kakao)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선점하고 사용자들의 사회적 관계 사슬을 자신들의 메타버스에 통합하는 기업이 산업을 주도하고, 더 넓은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함께 다양한 문제도 존재한다. 지난 신년 갈라쇼에 등장한 덩리쥔의 경우에도 '덩리쥔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를 콘텐트로 만들어도 되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문제, 인간의 존엄성 침해 등 가상 현실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문제도 존재할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나갈 것이냐도 함께 논의되어야 중국의 가상인간 산업이 더욱 바르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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