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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서 발견된 고층 작업자…광주 붕괴 그때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실종자 28~34층 투입 “건물 붕괴로 추락 가능성”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지난 13일 발견된 남성이 실종자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가 건물 붕괴와 함께 지상까지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해 철근과 콘크리트 등 잔해를 치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해 철근과 콘크리트 등 잔해를 치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방당국에 따르면 매몰자 1명은 화정아이파크 201동 서측면 지하 1층 계단 난간에 떨어진 콘크리트 잔해물 속에 파묻혀 있었다. 아파트 1·2라인 남측 구조물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지하 1층 천장을 뚫은 지점이다. 정확한 신원과 생사는 구조가 끝나야 알 수 있다.

붕괴 사고 현장에서 11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 6명은 28~34층 소방시설 공사와 창호 작업 등에 투입된 근로자다. 경찰은 이날 작업일지 등을 통해 스프링클러 설치 등 소방시설 담당 3명이 28~29층, 창호 작업을 한 3명은 31~34층에 흩어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실종자는 스프링클러 설치와 조적, 창틀 실리콘 마감 등 다양한 작업을 맡았다”면서도 “붕괴 당시 정확히 몇 층에서 어떤 작업을 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매몰된 사람이 상층부에서 작업했던 실종자로 확인될 경우 추락 가능성이 점쳐진다. 붕괴 사고가 난 건물은 23~38층 외벽과 슬래브(평판 구조물)가 쏟아져 내렸다. 건물 잔해는 26~28층 사이에 집중적으로 쌓여 있고, 추가 잔해는 22층과 지상 1층에도 있다.

12일 아파트 사고 현장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12일 아파트 사고 현장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거실·안방 통째로 사라져…“대피 중 휩쓸렸을 수도”

실종자 6명이 사고 전 붕괴한 층에서 작업한 것으로 미뤄 이들이 잔해물이 쌓인 곳에 매몰됐을 거란 추측도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종자가 창호 작업이나 실내 소방설비 작업을 한 만큼, 건물 붕괴와 함께 추락했다가 지상층까지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201동은 전용면적 84㎡(122세대)와 148㎡(9세대)로 지었다. 148㎡의 경우 2개 세대를 합친 대형 평수로 1·4라인은 33~38층, 2·3라인은 36~38층 등 상층부에 만들었다.

사고 영상과 사진을 종합하면 붕괴가 일어난 곳은 건물 남측으로, 이곳에서 외벽과 슬래브가 떨어져 나갔다. 이로 인해 이 건물 84B 타입 기준으로 1·2라인 거실과 안방이 통째로 사라졌다. 붕괴 단면이 낭떠러지처럼 보이는 이유다.

붕괴 당시 실종자가 거실과 안방에서 작업했다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위험을 직감한 작업자가 현관으로 나가 중앙계단으로 달렸다면, 대피 도중 구조물에 휩쓸리거나 충격으로 낙하했을 가능성이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는 “아직 건물 내부 파괴 형상을 파악할 수 없어서 매몰된 사람이 왜 지하 1층에서 발견됐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작업을 하다 구조물과 낙하했거나, 대피 중에 슬래브가 무너지면서 지상까지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건물 내부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파악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14일 탐색구조 계획에 대해 “구조대상자 1명을 꺼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부터 진행한 적재물 제거 작업으로 진입로는 확보했으나, 지하층에 쌓인 건물 잔해를 더 걷어내야 매몰자를 꺼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명 구조견을 투입해 22~25층, 26~24층도 수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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