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죽게 놔두고 그 엄마도 모욕...中발칵 뒤집은 패륜녀 최후

중앙일보

입력 2022.01.14 10:56

업데이트 2022.01.14 16:12

2016년 일본과 중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재일 중국 유학생 살인사건의 피해자 장거(江歌). [웨이보 캡처]

2016년 일본과 중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재일 중국 유학생 살인사건의 피해자 장거(江歌). [웨이보 캡처]

6년 전 중국과 일본을 발칵 뒤집은 재일 중국 유학생 이별 살인 사건이 최근 다시 중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자신의 전 남친이 휘두른 흉기에 친구가 숨지도록 만들고 또 그 피해자의 어머니마저 수년에 걸쳐 모욕해온 중국의 패륜녀가 마침내 지난 10일 중국의 법원에 의해 응분의 처벌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6년 전 재일 中유학생 이별 살인사건
흉기 든 전 남친과 절친 두고 문 잠가
살인방조와 거짓진술에 절친母 모욕도

2016년 일본과 중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재일 중국 유학생 살인사건의 증인이자 생존자인 류신(劉鑫). 친구 장거(江歌)를 문 앞에서 죽게 내버려두고 그 어머니에게 폭언과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패륜녀라 낙인 찍혔다. [웨이보 캡처]

2016년 일본과 중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재일 중국 유학생 살인사건의 증인이자 생존자인 류신(劉鑫). 친구 장거(江歌)를 문 앞에서 죽게 내버려두고 그 어머니에게 폭언과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패륜녀라 낙인 찍혔다. [웨이보 캡처]

이 사건은 시작부터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24세의 재일 중국 유학생 ‘장거(江歌)’는 2016년 11월 3일 새벽 그녀의 룸메이트 ‘류신(劉鑫)’의 전 남친인 ‘천스펑(陳世峰)’이 휘두른 흉기에 무려 10여 차례나 목이 찔려 사망했다. 장거가 현관문 앞에서 공격받고 있을 때, 류신은 혼자만 집 안으로 피신해 화를 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사건의 잔혹성과 도의적 문제가 논란이 되며 일본과 중국 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016년 일본과 중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재일 중국 유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자 천스펑(陳世峰). 류신(劉鑫)과 결별 후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그녀의 거짓말에 격노해 흉기를 들고 잠복했다가 류신과 함께 귀가한 친구 장거(江歌)를 무참히 살해했다. [웨이보 캡처]

2016년 일본과 중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재일 중국 유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자 천스펑(陳世峰). 류신(劉鑫)과 결별 후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그녀의 거짓말에 격노해 흉기를 들고 잠복했다가 류신과 함께 귀가한 친구 장거(江歌)를 무참히 살해했다. [웨이보 캡처]

사건 발생 이후 장거를 잔인하게 살해한 천스펑에 대한 비난도 컸지만, 친구를 사지로 내몰고도 줄곧 무책임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한 류신에게 쏟아진 비난의 화살이 더 많았다. 류신은 법정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정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술했다. 사건 당시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거짓 증언도 했다. 천스펑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류신은 의도적으로 장거 어머니와의 접촉을 피했고 사과도 일절 하지 않았다.

류신(왼쪽)과 쟝거(오른쪽). 류신은 천스펑과 동거하다 결별 후 쟝거의 집에 임시로 머물던 중이었다. [웨이보 캡처]

류신(왼쪽)과 쟝거(오른쪽). 류신은 천스펑과 동거하다 결별 후 쟝거의 집에 임시로 머물던 중이었다. [웨이보 캡처]

시간이 지나자 사건의 초점은 점차 천스펑에서 류신과 장거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옮겨갔다. 결정적인 증인이자 딸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류신과 도저히 만날 길이 없자 장거 어머니는 자신의 SNS와 언론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기에 이른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류신과 그 가족의 신상을 공개하고, 언론사 제보 등을 통해 류신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한 중국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 속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다.

장거 사망 사건 발생 후 약 9개월 만에 TV 프로그램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장거 어머니와 류신. [웨이보 캡처]

장거 사망 사건 발생 후 약 9개월 만에 TV 프로그램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장거 어머니와 류신. [웨이보 캡처]

이날 만남에서 밝혀진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류신은 울면서 죄송하다며 자신은 결코 그날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에 장거 어머니는 류신과 그 가족의 적반하장식 행태를 그 자리서 폭로했다. 류신도 자신과 관련된 글을 당장 내리지 않으면 재판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협박한 사실을 시인했다. 류신의 가족들이 장거 어머니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장거는 ‘명이 짧아’ 그렇게 죽은 것이지 자기 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식의 발언이었다.

류신은 사건 당시 절대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카메라 앞에 눈물로 호소 했지만, 장거 어머니는 이날 류신과 그 가족의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폭로했다. [웨이보 캡처]

류신은 사건 당시 절대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카메라 앞에 눈물로 호소 했지만, 장거 어머니는 이날 류신과 그 가족의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폭로했다. [웨이보 캡처]

둘의 만남은 화해나 용서로 이어지지 못했고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류신은 웨이보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등 동정심을 유발하는 글도 올렸다. 류신은 장거가 자신을 흠모한 동성애자였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기도 했다. 장거 어머니를 죽은 딸을 팔아 돈 버는 비정한 엄마로 매도했다. 그리고 자신을 옹호하는 이들로부터 약 1000만원 가량의 현금 후원을 받기도 했다.

류신은 웨이보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등 동정심을 유발하는 글도 올렸다. [웨이보 캡처]

류신은 웨이보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등 동정심을 유발하는 글도 올렸다. [웨이보 캡처]

류신이 장거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 캡처. 류신은 장거가 자신과 동성애 관계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발송했다. [웨이보 캡처]

류신이 장거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 캡처. 류신은 장거가 자신과 동성애 관계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발송했다. [웨이보 캡처]

류신에게 현금 후원을 보낸 웨이보 유저 목록. [웨이보 캡처]

류신에게 현금 후원을 보낸 웨이보 유저 목록. [웨이보 캡처]

류신이 희대의 ‘패륜녀’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식 설날인 ‘춘제(春節)’에 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장거 어머니에게 류신이 “가족들과 다 같이 모여 행복한 한 해 되세요”라고 보낸 메시지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더욱 섬뜩한 것은 류신이 보낸 웨이보 메신저 내용이다. “아줌마, 피로 만든 만두 맛있어요?”라며 과다출혈로 죽어간 딸을 상기시키는 말로 장거 어머니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이다.

류신이 장거 어머니에게 보낸 웨이보 메신저 캡처. 류신은 “아줌마, 피로 만든 만두 맛있어요?”라며 장거 어머니를 도발했다. [웨이보 캡처]

류신이 장거 어머니에게 보낸 웨이보 메신저 캡처. 류신은 “아줌마, 피로 만든 만두 맛있어요?”라며 장거 어머니를 도발했다. [웨이보 캡처]

가장 경악스러운 건 류신이 익명으로 장거 어머니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의혹이다. 류신으로 추정되는 한 웨이보 계정은 자신이 장거 어머니에게 비둘기 고기와 소 돼지의 목 힘줄, 오리 목 등을 명절 선물로 보냈다고 밝혔다. ‘비둘기’는 장거 생전 어머니가 딸을 부르던 별명이다. 장거는 사망 당시 흉기로 목 부분을 12차례 찔렸다. 이 계정은 장거 어머니의 몸보신을 위해 목을 따 피를 뺀 암탉과 비둘기 고기로 만든 만두도 장거 어머니에게 보내겠다고 밝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류신으로 추정되는 한 웨이보 계정은 자신이 장거 어머니에게 비둘기 고기와 소 돼지의 목 힘줄, 오리 목을 명절 선물로 보냈다고 밝혔다. ‘비둘기’는 장거 생전 어머니가 장거를 부르던 별명이다. [웨이보 캡처]

류신으로 추정되는 한 웨이보 계정은 자신이 장거 어머니에게 비둘기 고기와 소 돼지의 목 힘줄, 오리 목을 명절 선물로 보냈다고 밝혔다. ‘비둘기’는 장거 생전 어머니가 장거를 부르던 별명이다. [웨이보 캡처]

장거 어머니는 결국 2019년 10월 28일 류신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장거 어머니는 류신을 상대로 한 1심 재판에서 승소한다. 지난 10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青島)시 인민법원이 류신의 민사상 과실과 책임을 인정해 약 1억 3000만원의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살의를 가진 전 남친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장거에게 의도적으로 숨긴 점과 장거의 발을 밀쳐내고 문을 잠근 행위를 중대 과실로 봤다. 또한 메신저와 SNS를 통해 장거 어머니를 자극하고 도발한 혐의도 모두 인정됐다.

지난 11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시 인민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감격하는 장거 어머니. [웨이보 캡처]

지난 11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시 인민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감격하는 장거 어머니. [웨이보 캡처]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번 판결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전 남친의 위협 속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친구를 죽게 내버려 두고 자기 목숨과 이익만 챙기려 한 류신의 행동은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류신이 장거 어머니에게 한 인면수심의 행태 역시 인과응보라며 많은 이들은 이번 판결에 지지를 표했다. 류신의 불복 및 상소 가능성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의 각 매체는 장거 피살사건과 장거 어머니의 고소건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웨이보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의 각 매체는 장거 피살사건과 장거 어머니의 고소건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웨이보 캡처]

한편 천스펑은 2017년 12월 22일 일본 도쿄 지방법원에서 유기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일본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한때 일본에서 천스펑의 사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던 장거 어머니는 천스펑이 20년 후 출소하면 중국 법정에 다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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