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아내 악마" 1억 패소 이상호…형사는 무죄로 봤다, 왜 [法ON]

중앙일보

입력 2022.01.14 05:00

업데이트 2022.01.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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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광석을 20년간 취재, 제작하여 또 다른 최순실(최서원 씨의 개명 전 이름)을 저는 보았습니다” -2017년 8월 11일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페이스북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2017년 영화 ‘김광석’을 통해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민사재판에선 김씨의 아내 서해순씨에게 1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던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13일 형사 재판에선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선고를 그대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부인 서해순씨(왼쪽)와 이상호씨. 최승식 기자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부인 서해순씨(왼쪽)와 이상호씨. 최승식 기자

민사 1억원 배상 판결 받은 이상호, 왜 형사는 무죄인가

검찰은 앞서 이상호 기자가 허위사실을 퍼뜨려 서해순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기자는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죄를 받은 데 이어 2021년 7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 주장: 이상호 기자가 적시한 허위사실
1. 피해자가 남편 김광석을 살해했거나, 살해한 유력 용의자다.
2. 피해자가 딸 김서연을 살해했거나, 유기해 사망하게 했다.

3. 피해자가 임신 9개월에 영아를 출산하여 살해했다.

4. 피해자가 협박과 폭언으로 시부모로부터 (김광석의) 저작권을 빼앗았다.

서해순씨. 중앙포토

서해순씨. 중앙포토

법원은 검찰과 마찬가지로 이 기자가 기자회견과 SNS 등에서 ‘서씨가 강압적으로 김광석의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서씨가 9개월 영아를 낳아 살해했다’는 등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이 기자의 손을 들어준 건 이 기자가 허위임을 인식했다거나 서해순씨를 개인적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경우 ① 허위사실 여부뿐만 아니라 ② 허위성에 대한 인식 ③ 비방할 목적 등 명예훼손의 고의까지 인정돼야 성립한다.

영화 ‘김광석’의 경우 일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담겼지만 ‘허위사실 적시’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➀ 김광석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환기시키려는 것이고 ➁ 김광석 사망 원인의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내용을 반복하면서 자살했을 가능성 역시 열어뒀으며 ➂ 서해순씨와 관련된 과장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있으나 영화의 중요한 부분은 아니고 ➃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관객이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검찰 주장에 대한 법원 판단
1. 김광석의 대중음악사적 위치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타살 의혹 제기는 공적 사안
2. 이 기자가 나름대로 취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발견함. 이를 기반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임
3. 이 기자가 수사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라고 인식 하에 특정 표현을 사용했을 수도 있는 등 여러 정황상 허위성 인식이나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뉴스1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뉴스1

반면 민사 재판에서 법원은 서씨의 손을 들었다. 2020년 5월 대법원은 서씨가 이 기자와 고발뉴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기자 등이 적시한 허위사실은 표현 방식이 통상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의혹 제기를 넘어선 진실로 단정하는 형식”이라며 “이러한 의혹 제기가 합리적이라고 볼 만한 객관적 근거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사 진 OJ 심슨·김현중 前여친, 형사에선 무죄였다 

같은 사안을 두고 형사와 민사가 다르게 판단하는 일은 허다하다. 한 법조인은 “민사가 49대 51의 싸움이라면 형사는 1대 100의 다툼”이라고 비유한다. 그만큼 형사 재판의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악마’와 ‘최서원’이라는 표현이 모욕이라는 검찰의 주장도 형사 재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체 글이나 발언의 맥락에서 ‘최서원’ 및 ‘악마’의 비중이 크지 않고, ‘악마’는 일상에서도 종종 쓰이는 표현으로 비난의 강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민사 재판부는 “서씨의 인격권이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위자료를 1심 5000만원의 2배인 1억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간통죄(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2015년 폐지) 재판에서 보다 극명하게 갈렸다. 간통죄 처벌이 가능할 당시에도 형사처벌을 하려면 ‘현장을 덮쳐야 할’ 정도로 유죄를 인정받기 까다로웠지만, 민사에서는 간접 증거 등으로도 폭넓게 부정행위가 인정됐다는 것이다.

배우 김현중이. 김현중은 전 여자친구 A씨와 임신, 유산, 폭행 등 논란과 소송으로 구설에 오르며 연예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뉴스1

배우 김현중이. 김현중은 전 여자친구 A씨와 임신, 유산, 폭행 등 논란과 소송으로 구설에 오르며 연예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뉴스1

국내외 유명인이 연루된 소송에서도 민·형사 소송간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경우가 많다. 그룹 SS501 출신 배우 김현중씨는 폭행 논란을 빚은 전 여자 친구를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전 여자 친구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는 일부 혐의만 인정되고, 대부분 무죄로 판단한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 관계자는 “민법상 불법 행위는 고의가 없더라도 과실만으로 성립이 가능하다”면서 “반면 형사처벌의 대상인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의가 존재해야 한다. 법리적으로는 두 사건 사이에 아무런 모순·저촉이 없다”고 했다.

지난 1994년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연인 론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고 도주극 끝에 붙잡힌 전직 풋볼 선수이자 배우 O.J. 심슨역시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민사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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