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View & Review] 동학개미는 ‘바겐세일’ 쇼핑 중? 카카오·네이버·삼전 쓸어담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카카오 주가가 장중 10만원선을 내준 지난 7일 회사원 최모(35)씨는 카카오 주식 10주를 샀다. 경영진의 ‘먹튀(먹고 도망가기)’ 논란으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낙폭이 과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요즘 급락한 종목이 많아 ‘줍줍(줍고 줍는다)’하기 위해 현금을 모으고 있다”며 “연말정산으로 목돈이 생기면 어떤 종목을 더 살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권에 머물던 증시가 새해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동학 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바겐세일에 쇼핑하듯 급락한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물타기(매수 단가를 낮추기 위해 내린 가격에 추가 매수하는 행위)’하는 모양새다.

개인의 매수세는 특히 기준금리 인상 등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 가격 하락 폭이 컸던 ‘성장주’에 집중됐다. 성장주는 미래에 예상되는 기대수익을 먼저 주가에 반영해온 종목으로, 사업 자금을 대출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이 악재로 작용한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과 주가 변동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과 주가 변동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카카오(9202억원)였다. 네이버(6922억원)와 삼성전자(5521억원), 카카오뱅크(3503억원), 크래프톤(3363억원), 엘앤에프(1797억원), 하이브(1697억원), LG생활건강(1625억원), 위메이드(1625억원), 카카오게임즈(154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의 주식 쇼핑 목록에 이름을 올린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공통점은 지난해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주식이라는 데 있다. 이 중 6개 종목의 하락 폭은 같은 기간 15%를 웃돌았다. 지난 3일 11만4500원에 올해 첫 거래를 시작한 카카오는 13일 9만67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 기간 15.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주가는 7.4% 떨어졌다.

크래프톤(-24.7%)과 위메이드(-22.2%), 카카오게임즈(-23.5%) 주가는 올해 들어 20% 넘게 하락했고, 카카오뱅크(-17.3%)와 LG생활건강(-11.7%), 하이브(-16.8%) 등의 주가도 맥을 못 췄다. 그나마 삼성전자(-0.9%)가 선방한 모습이다.

개인투자자의 공격적인 물타기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지난해 초 증시가 달아오르며 ‘십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에 삼성전자를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연이어 9만원과 8만원 선을 내줄 때마다 저가 매수하며 버텼다. 지난해 1~10월 개인투자자가 쓸어담은 삼성전자 주식만 35조원어치에 이른다.

저가 매수를 하며 버티던 개인은 7만원선이 무너지자 더는 버티지 못한 채 매물을 던졌다. ‘손절(손해를 보고 매도)’에 나선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11~12월 4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얄궂게도 삼성전자 주가는 개인이 매물을 던지고 나서야 12% 넘게 급등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개인은 일반적으로 급락한 종목에 가격 매력을 느껴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며 “물타기의 경우 같은 위험에 다시 자신을 노출하는 행위인 만큼 분할 매도 등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대비책을 준비하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주식 값이 싸졌다고 투자에 나서는 건 금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업의 실적 확인이다. 최근 개인투자자가 쓸어담은 상위 종목 중 목표 주가가 낮아진 종목도 있어서다. 카카오와 네이버, 크래프톤, LG생활건강, 카카오게임즈 등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실적 예상치가 시장 전망을 밑돌면서 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영진 리스크와 규제 이슈에 실적 전망까지 부진한 카카오의 경우 한국투자증권(16만원→14만5000원)과 삼성증권(18만원→16만원) 등이 목표 주가를 낮춰 잡았다. 연일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크래프톤에 대해 NH투자증권(70만원→57만원), 유진투자증권(68만원→52만원)이 목표 주가를 내렸다.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 연구원은 “기업의 실적이 탄탄하지만, 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으로 인해 주가가 하향 압력을 받은 경우라면 저점 매수의 기회가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심해야 한다”며 “떨어지는 칼날을 바로 잡기보다는 업황이나 실적 등 숫자로 반전의 증거가 나오는지 확인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