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시원, 몸은 뜨끈, 눈은 황홀해지는 이곳

중앙일보

입력 2022.01.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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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강원도 고성은 숲길을 걸은 뒤 온천욕까지 즐길 수 있어서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울산바위 전망이 좋은 토성면 쪽에 온천지구가 많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개장한 소노펠리체 델피노의 옥상 노천온천. 겨울에는 주말에만 개방한다.

강원도 고성은 숲길을 걸은 뒤 온천욕까지 즐길 수 있어서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울산바위 전망이 좋은 토성면 쪽에 온천지구가 많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개장한 소노펠리체 델피노의 옥상 노천온천. 겨울에는 주말에만 개방한다.

이 겨울 한 번은 눈 덮인 고요한 숲길을 걷고 싶다. 길을 걷다가 예기치 않게 근사한 카페를 만나는 호사도 누리고 싶다. 이를테면 미술관 옆 카페. 산책을 마친 뒤 온천에 몸을 담그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강원도 고성으로 가면,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다. 2021년 성탄 전야 영동지방에 눈 폭탄이 쏟아졌다. 강원도 고성군 일부 지역은 75㎝가 넘는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달 6일 미시령과 진부령을 다녀왔다. 눈이 쏟아진 뒤 2주가 지났는데도 고성은 여전히 하얬다.

소 끌고 원통 가던 길

소똥령 숲길을 걷다가 마주친 칡소폭포. 꽁꽁 언 폭포에 눈이 덮인 모습이 장관이었다. 장신리유원지에서 출발하면 길 초입에 있다. 과거 칡넝쿨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다 해서 칡소폭포다.

소똥령 숲길을 걷다가 마주친 칡소폭포. 꽁꽁 언 폭포에 눈이 덮인 모습이 장관이었다. 장신리유원지에서 출발하면 길 초입에 있다. 과거 칡넝쿨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다 해서 칡소폭포다.

고성에는 군이 관리하는 숲길이 수십 개에 달한다. 겨울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곳으로 ‘소똥령’을 추천받았다. 인제군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진부령을 넘으면 나오는 작은 고개다. 소똥령 옛길은 괴나리봇짐 메고 한양에 과거 보러 갈 때 걷던 길이자 소 끌고 원통 장에 갈 때 통과하던 길이었다. 길에 소똥이 많아 소똥령이라 불렸다는 설, 정상부 지형이 소똥 모양을 닮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소똥령 숲길 하늘다리. 46번 국도 인근에 있다.

소똥령 숲길 하늘다리. 46번 국도 인근에 있다.

숲길 코스는 선택하기 나름이다. 산책 삼아 칡소폭포만 보고 오면 30분이면 충분하고, 진부령유원지까지 다녀오면 족히 6시간은 필요하다. 이번엔 소똥령 1봉을 지나 ‘하늘다리’까지 다녀오는 왕복 8.5㎞ 길이의 A 코스를 골랐다.

유아 숲 체험장을 지나 참나무 우거진 산속으로 들자 눈길이 시작됐다. 금세 칡소폭포가 나타났다. 칡넝쿨로 그물을 만들어 고기를 잡았다 해서 칡소폭포다. 높이 3m에 불과한 폭포인데 계곡물이 반쯤 언데다 눈까지 쌓여 제법 웅장해 보였다. 사람 한 명 걸을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한참 걸으니 1봉 정상에 닿았다.

여남은 집이 모여 앉은 마을과 짙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으로는 향로봉 능선이 보였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걷는 맛을 느끼기에 좋은 길이었다. 무엇보다 한적해서 좋았다. 4시간 남짓 걸으면서 딱 두 명 마주쳤다.

천년 숲길 걷고 조각 감상까지

금강산 일만이천 봉 끝자락에 안겨 있는 화암사.

금강산 일만이천 봉 끝자락에 안겨 있는 화암사.

조금 다른 분위기의 숲길을 찾는다면 미시령으로 눈을 돌려보자. 설악산의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을 감상하고 천년고찰의 정기까지 느끼는 ‘화암사 숲길’이 있다. 코스 길이는 4.5㎞, 약 2시간을 걸으며 온갖 절경을 만난다.

화암사 숲길 수바위에서 바라본 설악산.

화암사 숲길 수바위에서 바라본 설악산.

숲길은 일주문에서 시작한다. 솔향 짙은 길을 오르다 보면 수바위가 나온다. 신라 혜공왕 때인 769년 화암사를 창건한 진표율사가 수도하던 곳이다. 왕관 모양의 바위도 멋지고 여기서 바라보는 설악산과 울산바위 능선이 장쾌하다. 수바위를 뒤로 하고 계속 숲길을 걷다 보면 신선대(645m)에 닿는다. 금강산 일만이천 봉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한 봉우리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의 나비 조각. 2019년 산불 피해를 극복하는 의미에서 전시했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의 나비 조각. 2019년 산불 피해를 극복하는 의미에서 전시했다.

사찰 인근에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이 있다. 조각가 김명숙씨가 개인 작품과 소장품 200여점을 전시한 미술관이다. 울산바위가 비치는 ‘물의 정원’, 허름한 담이 둘러싼 ‘돌의 정원’ 등 5개 정원도 인상적이다. 미술관은 2018년 ‘문화공간건축학회’로부터 문화공간상 박물관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19년 4월 미술관이 자리한 토성면에 큰 산불이 났다. 미술관 건물 한 채도 소실됐다. 미술관은 죽은 소나무를 남겨두고 나무 3만 그루를 새로 심고 곳곳에 나비 조각을 전시했다. 김명숙 관장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서로 치유하는 걸 표현했다”고 말했다.

울산바위 보이는 노천온천

숲길 걷고 예술까지 감상했다면 휴식을 누릴 차례다. 토성면에 6개 온천지구가 있다. 지난해 10월 원암온천지구에 개장한 ‘소노펠리체 델피노’가 ‘핫플’로 꼽힌다. 행정안전부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원암온천 수온(28.8~47.0℃)이 토성면에서 가장 높았다.

소노펠리체는 소노인터내셔널(구 대명리조트)의 최상위 브랜드다. 고급스러운 객실은 둘째치고 전망좋은 ‘인피니티 풀’로 이목을 끌고 있다. 객실에도 온천수가 펑펑 나오지만 ‘머리는 차갑고 몸은 뜨거운’ 겨울 노천탕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을 테다.

리조트에는 인피니티 풀이 3개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오션 플레이’로 가면 된다. 워터 슬라이드와 놀이시설을 갖춘 워터파크다. 이곳에 실내·실외 인피니티 풀이 있다. 야외 인피니티 풀은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지만 작은 노천탕은 이용할 수 있다. 리조트 옥상에는 성인 전용 인피니티 풀도 있다. 35도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병풍처럼 펼쳐진 설악산과 울산바위를 볼 수 있어 MZ 세대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단 겨울에는 주말에 한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강풍이 부는 날은 입장이 제한된다. 엄재영 소노펠리체 델피노 매니저는 “여름에는 야간 개장도 하고 음료와 먹거리도 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행정보
소똥령 숲길

소똥령 숲길

소똥령 숲길은 간성읍 ‘장신리 유원지’에 차를 세워두고 걸으면 된다. 화암사는 주차료(3000원)를 받는다. 소노펠리체 델피노 성인용 인피니티 풀 이용료는 3만원, 오션 플레이는 어른 4만8000원이다. 수영복을 챙겨가야 한다. 투숙객은 오션 플레이 이용료를 30% 할인해준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입장료는 9000원이다. 바우카페에서 티켓을 보여주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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