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처음 짤 때와 비교해 60조원에 육박하는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정부의 세수 추계가 세 번이나 틀리면서 발생한 초과세수다. 정부는 14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이후 추경 편성 방침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일 “내일 정부가 새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하면서, 방역 정책으로 인한 피해 계층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추경 편성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돈 풀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지난해 연간 세금이 예상보다 총 31조6000억원 더 걷힐 것이라며 이 돈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그해 11월에는 여기에 19조원이 더 걷힐 것이라며 기존 계산을 번복했다. 그리고 13일,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이 총 323조4000억원이라고 밝히면서(2021년 11월 기준 재정 동향) 두 달 전 예상보다도 최소 7조8000억원 더 걷힐 것이라고 다시 예측을 수정했다. 지난해 본예산을 처음 짤 때 정부는 2021년 한 해 동안의 국세 수입을 282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걷어 보니 총 58조4000억원 이상 더 걷히면서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41조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결국 지난해 본예산 대비 세수 추계 오차율은 20%를 넘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세수 추계 오차율은 지난 10년간 10%를 넘은 적이 없다.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를 판단하는 일은 이듬해 재정을 얼마나,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첫 단추인데, 이를 처음부터 잘못 채웠다는 의미다. 재정정책 전문 민간연구원인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세입 규모를 예측하지 못해 합리적인 지출 규모를 정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 진도율은 100%를 넘어 102.9%를 기록했다. 추경 당시 예상했던 국세 수입을 모두 달성하면 진도율이 100%인데, 이를 이미 넘어섰다는 의미다. 특히 소득세 진도율이 107.2%로 가장 높았는데, 기재부는 “자산시장 영향, 취업자 수 증가로 양도·근로소득세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돼 양도소득세 수입이 둔화할 것이라던 정부 기대와 달리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상용근로자 등 고용시장 회복 속도도 정부 예상보다 빨라 근로소득세 수입이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예상보다 더 늘어난 초과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한 것은 아쉽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의 여력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 발생한 초과세수는 당장 쓸 수 없는 돈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지난해 초과세수는 오는 4월 국가 결산을 거쳐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한 뒤에야 사용할 수 있다.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하려면 결국 적자국채를 먼저 발행하고 이후에 초과세수로 갚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