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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직전, 옥상 콘크리트 상판 10㎝ 내려앉더니 펑 폭발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눈발이 날리고 강풍에 가림막이 펄럭이는 가운데,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의 한가운데는 푹 꺼져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사고 직전 아파트 꼭대기의 현장 모습이다.

13일 공개된 영상에는 당시 붕괴 조짐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현장 인원들이 우왕좌왕하며 웅성거리는 목소리도 생생히 녹음됐다. 해당 영상은 11일 오후 3시47분쯤 건물 외벽 등이 무너지기 10여 분 전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는 것) 작업을 하던 HDC현대산업개발 협력업체 반장 A씨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 영상은 각각 40초, 1분32초짜리 2개다.

13일 광주시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관계자가 공개한 영상. 아파트 붕괴 직전 찍은 영상에 거푸집이 들리는 장면(붉은 원)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13일 광주시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관계자가 공개한 영상. 아파트 붕괴 직전 찍은 영상에 거푸집이 들리는 장면(붉은 원)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첫 영상에는 콘크리트 상판(슬래브)이 일(一)자로 반듯하지만, 둘째 영상에는 상판 가운데가 10㎝가량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영상을 촬영한 A씨도 붕괴 조짐을 감지한 듯 연신 한숨을 쉬었다. 재중 동포인 그는 영상 속에서 중국어로 ‘심상치 않다’는 투의 말을 했다.

영상은 붕괴사고가 난 공사 현장에 참여한 펌프카 업체 사장 B씨가 A씨로부터 받았다. 사고 당시 B씨 업체 펌프카도 파손됐다. B씨에 따르면 사고 당시 38층 천장이자 39층 옥상에는 A씨 등 협력업체 직원 7~8명이 일하고 있었다. 영상 촬영 당시에도 일부 직원은 이미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대피한 뒤였다고 한다.

B씨는 “A씨가 ‘펑’ 하는 1차 폭발음을 듣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사람들한테 ‘대피하라’고 하고 자기도 계단 쪽으로 나오다가 다시 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도 영상을 찍자마자 바로 내려오는데 25층과 27층 사이에서 ‘와장창’ ‘우당탕’ 소리에 무너지는 것 같아 뛰었고, 1층에 내려오자마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 B씨 업체를 비롯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하청받아 직접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하고 장비·자재 등을 공급한 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건설 내부 현장사무소 등에 대해 우선 압수수색을 실시하려고 했지만, 추가 붕괴 우려 탓에 현장 진입이 제한돼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가능한 곳부터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이다”며 “현장 진입이 가능하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에는 붕괴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내시경 카메라 수색을 통해 발견됐다. 구조대원이 내부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는 과정에서 확인했다. 소방 당국은 이 남성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으며, 잔해를 치우는 대로 남성을 구조할 계획이다. 한파 속에서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은 매몰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동요했다. 눈물을 보이며 털썩 주저앉거나, 생존을 기대하며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가족은 “발견 장소에 들어가 직접 확인하겠다”며 경찰 통제선 앞으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문가들과 철저히 점검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며 “앞으로 광주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일정 기간 현대산업개발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도 법률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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