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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물가·금리↑일자리↓…3중 한파 몰아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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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우려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한다. 물가 불안이 커지면 돈줄을 죄려고(금리 인상→물가 하락)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던 최근 행보와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의 와중에도 넘치는 돈 덕에 ‘축제 분위기’에 빠졌던 세계 금융시장은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한국의 수출입물가지수는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인플레의 울음’ 소리에 미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14일 새해 처음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한국은행의 결정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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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인플레의 기세는 등등하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동기 대비)는 7% 올랐다. 1982년 6월(7.1%)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11월(6.8%)보다도 상승 폭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달 CPI 상승률도 7%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1월 1.4%였던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5~9월 5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10월 6%를 넘어선 뒤 지난달엔 결국 7%대로 올라섰다. 주거비와 중고차 가격, 식료품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과 구인난 등에 따른 임금 상승, 오미크론 확산세 등의 영향이다.

마음이 바빠지는 곳은 미 연방준비제도(Fed)다.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던 물가 오름세가 쉽게 잡히지 않으며 실기(失期)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어서다. 연임을 앞둔 제롬 파월 의장이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겠다”며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보다 길게 지속하고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밥상물가 1년 사이에 5% 치솟아, 서민경제고통지수 역대 최고

파월의 등을 떠미는 인플레이션 탓에 기준금리 3월 인상설이 탄력을 받게 됐다. 블룸버그는 “12월 CPI는 Fed가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인다”며 “불과 몇 달 전 예상보다 대폭 앞당겨진 일정”이라고 보도했다.

금리 인상 스케줄이 빨라지는 것뿐 아니라 횟수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Fed는 올해 3회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도이체방크는 4회 인상 전망을 내놨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리를 4회 올려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건 한국은행도 돈줄을 죄는 속도를 더 당길 수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4회 인상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의 연 0~0.25%에서 연 1~1.25%까지 올라갈 수 있다. 현재 연 1.0%인 한국 기준금리와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국은행]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국은행]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며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의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물가지수(117.46)가 전년(99.85)보다 17.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출물가지수는 14.3% 올랐다. 2008년(각 36.2%, 21.8%)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지난달 CPI도 1년 전보다 3.7% 뛰었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도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광의 통화량(M2)은 3589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9조4000억원 늘었다.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진정되고 가계 대출도 감소세를 보이지만 금융 불안은 여전하다.

2021년 소비자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1년 소비자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때문에 한은이 14일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채권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1월 기준금리 동결 쪽에 표를 던졌지만 대선(3월 9일)과 이주열 총재의 임기 만료(3월 31일)를 고려하면 1월 인상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이 총재도 여지를 뒀다. 이 총재는 “현재의 금리 수준은 완화적”이라며 “올해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압력과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1월 기준금리가 1.25%로 인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 인플레이션 여파는 높은 체감실업률로 고통받는 한국에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서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서민경제고통지수’가 지난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은 지난해 서민경제고통지수(16.5)가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13.5)부터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12.0)까지 지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2020년(14.0)과 지난해(16.5) 각각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밥상 물가를 중심으로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피부로 느끼는 일자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서다. 서민경제고통지수는 생활물가상승률과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을 더한 것으로 2017년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를 참고해 만들었다.

서민의 경제적 고통이 커진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어서다. 지수를 만들 때 참고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3.2% 상승하며 2011년(4.4%)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해 생활물가지수 중 밥상 물가라고 불리는 식품 가격 상승률은 1년 전보다 4.7% 올랐다.

생활물가 상승으로 나가는 비용은 늘었지만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일자리 상황은 더 안좋아졌다. 지난해 실업률(3.7%)은 2017년(3.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3.3으로 2020년(13.6)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11.2)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 추세가 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쉽게 잡기 힘들다”며 “코로나19 피해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 감소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 서민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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