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채찍 들었다, 북 미사일 도발에 첫 금융제재

중앙일보

입력 2022.01.14 00:02

업데이트 2022.01.1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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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제재 시계’를 더욱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독자 제재에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조치까지 요구하는 ‘쌍끌이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첫 제재다.

현 대북제재 체제의 양대 축인 독자 제재와 유엔 안보리 제재 방안을 동시에 내놓은 것은 미국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등 최근 미사일 개발 수준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해 9월부터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 데 대해 유엔 차원의 제재를 제안한다”며 “이는 앞선 미 재무부와 국무부의 독자 제재에 이은 (추가) 조치”라고 지난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 국적자 1명 등 개인 7명과 러시아 기관 1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이 요구한 ‘유엔 차원의 제재’는 이들 중 5명을 기존 안보리의 제재 명단에 추가로 올리는 것이다.

미, 대북제재 힘빼는 중·러 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2일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왼쪽), 척 슈마허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함께 지난달 28일 별세한 해리 리드 전 상원의원 추모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2일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왼쪽), 척 슈마허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함께 지난달 28일 별세한 해리 리드 전 상원의원 추모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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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대상에 이름이 올라가면 모든 유엔 회원국에 입국이 금지되고, 해외 모든 자산이 동결된다. 북한 고위급을 명단에 올리는 것은 안보리가 이들을 직접 제재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는 안보리에서 추가로 제재하는 것보다 수위는 낮지만, 그물망에 걸리는 대상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제재 이행 측면에서 효율을 더욱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제안은 제재의 분야나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불법적 행위를 주도하는 개인이나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해 압박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이처럼 ‘쌍끌이 제재’ 방안을 꺼낸 데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와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모두 제재 이유를 ‘지난해 9월 이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규정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10월에는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각각 시험발사했다.

북한, 작년 9월 이후 다섯 차례 미사일 도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3월에도 있었지만, 9월부터는 발사 빈도가 급속히 잦아졌다. 이달까지 합치면 탄도미사일 발사만 다섯 차례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이 북한 탄도미사일을 속도와 기술 모두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안보리에서 제재 명단을 업데이트하는 데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결정적이다. 개인이나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만장일치나 합의(컨센서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재 업데이트도 중국과 러시아가 적어도 ‘거부권’을 사용하지는 않아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추가 제재보다는 수위가 낮아도 중·러가 이에 반대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번에 미국이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국적자들의 활동 무대가 중국과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가 12일 추가한 대북제재 대상과 주요 혐의

미 재무부가 12일 추가한 대북제재 대상과 주요 혐의

그런데도 미국의 이런 시도는 최근 거세지는 중·러의 대북제재 완화 요구에 제동을 거는 정치적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러는 2019년에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대북제재를 일부 풀자는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미국이 독자 제재에 이어 안보리 추가 조치를 제안한 배경에는 중·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린 셈이다. 이는 이날 발표한 독자 제재 내용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 재무부는 ▶북한에서 핵·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기관인 국방과학원의 해외 거점 대표들을 노렸고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기관도 제재) 적용을 경고했다. 이번에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국적자 6명(조명현·강철학·김송훈·오영호·변광철·심광석)은 모두 북한 국방과학원 소속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다롄(大連)과 선양(瀋陽) 등에 있는 국방과학원 현지 지부의 대표 격으로 일해 왔다.

미 재무부, 미사일 개발용 의심품목 명시

미 재무부는 이들이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철강 합금, 소프트웨어, 화학물질 등을 조달했다는 점을 제재 근거로 들었다. 의심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중국 회사’나 ‘러시아 회사’로부터 조달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대북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고 있는 중·러를 향한 직접적인 경고의 성격도 있다. 실제로 이날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 업체(파르섹)와 이 회사 개발국장인 러시아인 1명(로만 아나톨리비치 알라르)도 포함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거주 북한인 오영호는 2016~2021년 파르섹의 알라르와 함께 고강도·고내열성 재료인 아라미드(상표명 케블라), 항공윤활유, 볼베어링, 정밀 밀링머신, 스테인리스강관 등 탄도미사일 제조에 쓰이는 다양한 물품을 조달했다. 알라르는 오영호에게 고체 로켓 연료 혼합물을 제조하는 방법도 알려줬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미국은 이날 제재 대상에 ‘세컨더리 보이콧 주의’ 문구를 달았다. 이는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잘못 얽히면 달러화 거래를 아예 할 수 없도록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세계 경제가 달러화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미국 독자 제재는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양대 제재는 대북 관여와는 별개로 제재를 북한의 의미 있는 행동 변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유지할 것이니 이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한국도 이런 메시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북 인센티브로 제재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지난해 9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고 주장하는 등 제재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최근 미국보다는 중·러와 비슷한 입장을 취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국면까지 겹쳐 한국 내에서 제재 완화가 종종 이슈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안보리 추가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한·미는 긴밀한 수시 소통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만 답했다. 정부가 이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대한 즉답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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