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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은 에너지의 정치화…새 정부가 컨센서스 구해야" [행정ㆍ정책학회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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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한국행정학회ㆍ한국정책학회ㆍ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13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에너지ㆍ재정 정책 등에 대해 차기 정부가 다시 국민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초청 대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초청 대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ㆍ에너지 분야에서는 탈(脫)원전과 급격한 탄소감축 목표가 대상이 됐다.

박상욱 서울대 교수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한다는 ‘2050 탄소 중립’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이상 감축한다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해 “단언컨대 현실성이 없다”며 “굉장히 아픈 과정이고, 국제적 망신을 당하더라도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탈원전에 대해선 “탈원전과 탈석탄이 함께 진행하면서 기저발전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를 국민적 동의 없이 추진된 ‘에너지의 정치화’로 규정하며 “에너지는 탈이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욱 교수=“에너지 전환을 위해 돈이 많이 들고 이 돈은 국민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증세만큼 예민한 주제이기 때문에 후보들도 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정부에서 너무 급히 추진된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목표가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목표는 세웠지만, 매년 실천 성과는 물론 목표도 없었다. 새 정부는 당장 2025년에 2035년까지의 목표를 세워야하는데, 정책의 신뢰성도 잃을 부담까지 안게됐다.”

차기정부운영 및 주요정책 대토론회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박상욱 서울대 교수 윤경준 한성대 교수 김영평 고려대 교수 유승직 숙명대 교수 문태훈 중앙대 교수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왼쪽부터)가 발제 및 토론을 이어갔다. 김현동 기자

차기정부운영 및 주요정책 대토론회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박상욱 서울대 교수 윤경준 한성대 교수 김영평 고려대 교수 유승직 숙명대 교수 문태훈 중앙대 교수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왼쪽부터)가 발제 및 토론을 이어갔다. 김현동 기자

윤경준 한성대 교수는 정부별로 달라지는 기후정책과 관련 “정권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기후대응 문제를 이끌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재인정부 때 출범한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관계장관 등 100명이 참여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정책자문기구일뿐 법정기구가 아니다. 소수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자문기구를 운영 중인 영국ㆍ독일과는 크게 다르다.

▶윤경준 교수=“지난 20년간 기후ㆍ에너지 정책은 유관 부처와 외부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는데, 모두 참여하는 구조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과 같다. 최소 임기 5년 이상의 소수 전문가로 구성한 법정조직이 정권과 정치와 무관한 장기 계획을 이끌게 해야 한다.”

▶문태훈 중앙대 교수=“탄소중립은 단순히 정부 구조를 바꿔서 달성될 사안이 아니다. 경제, 사회, 환경 등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감내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전시에 가까운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일례로 후보들이 수백만호 주택 보급을 공약하고 있는데, 이 계획에 ‘제로 에너지 주택’에 대한 고민이라도 들어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사회자 소개에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나태준 한국정책학회장. 원숙연 한국행정학회장. 윤 후보.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사회자 소개에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나태준 한국정책학회장. 원숙연 한국행정학회장. 윤 후보. 뉴스1

재정과 관련해선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 현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포퓰리즘식 공약’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만성적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가 불가피하다. 고령화로 인한 지출 증가를 감안하면 결국 증세밖에 답이 없다”며 장기적 재정개혁의 방향을 정할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김태일 교수=“최소 30년을 내다본 국가채무와 국민부담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한 재정개혁 방향을 설정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정권이 바뀌더라도 장기목표가 변하지 않게 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디지털 책임성과 투명성에 관한 법(DATA)’에 버금가는 재정지출의 투명성 확보 방안이 함께 마련되야 한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선거를 앞두고 횡행하는 망국적 현금살포식 포퓰리즘 공약을 어떻게 방지할지도 매우 중요하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되 정치적 이유로 예타를 면제해오던 잘못된 관행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전국민 소비쿠폰'을 비롯해 지역화폐 연간 50조원 발행과 임대료 국가 분담제 도입 등 7대 공약을 내놓았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전국민 소비쿠폰'을 비롯해 지역화폐 연간 50조원 발행과 임대료 국가 분담제 도입 등 7대 공약을 내놓았다. 임현동 기자

연금개혁 분야에서는 보험료 인상과 단계적 수급연령 조정을 통한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퇴직연금을 의무화해 부족분을 보완해주는 방안, 그리고 공무원ㆍ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폐합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국민ㆍ퇴직연금이 적은 노인을 위해 기초연금 대상을 줄이고 기초생활보장제와 합친 기초보장연금으로 바꾸면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 준하는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공무원연금 등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특수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폐합해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금현섭 서울대 교수=“연금개혁의 핵심은 결국 인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연금을 ‘건들면 터진다’고 인식하면 개혁을 회피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연금개혁을 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새 정부는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개혁을 시행해야 한다.”

 교육과 관련해선 여성가족부에서 ‘가족’ 기능을 분리해 교육부에 통합하는 ‘교육가족부’ 신설안이 제시됐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여가부 폐지론’과도 일부 맥이 닿아있는 주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교육의 본래 기능은 영유아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부의 보육기능을 교육부로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대신 대학은 교육부에서 분리해 정부출연연구원처럼 국무총리실이 담당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이주호 교수=“영유아(보육)는 가정기능과 불가분의 관계고 대학은 지역사회ㆍ기업과 훨씬 더 밀접하게 연계돼야 한다. 초중등 교육과 영유아 보육을 칸막이로 나눈 현행 칸막이 구조로 인해 정부가 가정과 기업, 지역사회와의 연계 노력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부 조직개편에는 공감한다. 다만 초중고와 대학의 분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문제는 초중등 교육과 대학의 단절이다. 대학이 분리되면 향후 직업교육 문제를 놓고 교육부와 고용부와의 또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또 단절로 인한 입시대란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고령인구 비중 및 국민연금기금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령인구 비중 및 국민연금기금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연섭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기업을 대학교육 개편에 참여시키는 시스템 마련”을 제안했다. 반면 기초ㆍ인문학의 고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연섭 교수=“기업이나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일해본 적이 없는 교수들이 대학의 커리큘럼을 짠다. 그래서 학생들이 현장에 나가보면 세상은 딴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대학을 비롯해 정부 전체 차원의 교육과정 개편에도 기업이 참여해야 노동시장과 연계된 인재양성이 가능해진다.”

▶김선혁 고려대 교수=“시장 맞춤형 인재 양성이 대학 임무의 전부가 아니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현재의 한국은 단순히 시장에 적응할 수 인재가 아니라, 시장 자체와 역사, 제도, 정치, 관행, 가치 그리고 궁극적으로 세계 혁신을 담당할 인재를 길러내야 할 의무가 있다.”

학회는 오는 20일 과학기술, 지방분권, 미래정부 등 3개 주제에 대한 세미나를 거쳐 지난 6일부터 3주에 걸쳐 진행한 7개 주제에 대한 논의 결과를 정리해 여야 후보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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