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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서 장보고, TV 구매하는데…"비행기 마일리지 쓸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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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노후 여객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재로 만든 이색 골프용품들. 마일리지몰에서 한정으로 판매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노후 여객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재로 만든 이색 골프용품들. 마일리지몰에서 한정으로 판매했다. [사진 대한항공]

국내 항공사가 오프라인 마일리지 사용처를 경쟁하듯 늘리고 있다. 대형 마트 쇼핑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등 각종 전자 제품 구매와 온라인 멤버십 가입에도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장기화에 해외 여행길이 막히며 항공 마일리지를 소비할 곳이 사라진 고객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다.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이후 항공 시장 폭발에 대비해 진성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상품 구매 시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고 13일 밝혔다. 자사 스카이패스(SKYPASS) 회원이 대상이다. 양사 간 제휴로 스카이패스 회원은 전국 오프라인 이마트 매장에서 7만원 이상 결제할 때 3000원당 1마일을 적립할 수 있다. 마일리지를 현금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쇼핑 전에 1400마일을 차감해 바우처를 발급받은 후 계산 시 점원에게 제시하면 된다. 바우처를 제시하면 결제 금액에서 1만원을 할인받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바우처는 7만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으며 1일 1회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이용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이용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대한항공]

항공 마일리지 사용처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상반기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네이버와 손잡은 대한항공은 600마일을 차감하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1개월 이용권을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퇴역한 항공기에서 나온 두랄루민 소재로 만든 한정판 네임택과 볼마커를 마일리지몰에서 판매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마일리지 항공권 사용에 특히 어려움이 있다”며 “고객들이 쉽고 편리하게 마일리지를 사용하실 수 있도록 서비스 및 사용처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손잡고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건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는 2016년 이마트와 제휴를 맺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7만원 이상 구매시 영수증 1매 기준으로 3000원당 1마일을 적립할 수 있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경우에는 2800마일을 차감하면 2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항공 마일리지 소비 기회는 늘어나는 추세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마일리지 사용몰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텔레비전과 세탁기 등 대형 가전도 전액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제한된 항공 마일리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마일리지 제휴 상품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마일리지 복합결제 서비스 캐시 앤 마일즈도 노려볼 만 하다. 항공권 구매 시 최소 500마일부터 항공 운임의 20% 이내에서 고객이 원하는 만큼을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다. 이밖에도 치킨과 커피, 과자류를 살 수 있는 이벤트가 종종 열린다.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부터 이마트 매장에서 마일리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중앙포토]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부터 이마트 매장에서 마일리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중앙포토]

"적립은 어렵지만 쓸만한 곳 적어" 

그동안 항공 마일리지는 사용처가 많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마일리지 적립은 어렵지만 일상에서 쓸만한 곳이 없다”(50대 직장인 곽모씨)는 게 불만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20년 항공사가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하면서 고객 불만이 줄을 이었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사거나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고객이 많은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기존보다 마일리지를 더 많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제도 개편 직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마일리지 제도 개악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항공 수요가 빠르게 살아날 경우 다시금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여당 대선공약에 "유효기간 없애는 시스템 추진" 

항공 마일리지를 포함한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불만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다뤄질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항공 마일리지와 신용카드 및 통신사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마일리지와 포인트 유효기간을 없애는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매년 발행되는 포인트와 마일리지는 약 4조원에 달하는데 이중 약 3000억원이 기한 만료로 소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 마일리지 제도가 소비자 요구와 멀어지게 개정되고 있는 것과 별개로 국내 항공사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글로벌 항공사와 비교해 긴 편이다. 국내 양대 항공사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0년이다. 이와 비교해 일본항공(JAL)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3년에 불과하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싱가포르항공도 동일하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는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18개월로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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