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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초새 푹 꺼지고 '펑' 소리'" 39층 붕괴 직전 현장 보니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붕괴 2~3분 전 반장이 휴대전화로 찍어" 

눈발이 날리고 강풍에 가림막이 펄럭인다.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의 한 가운데가 푹 꺼져 있다.

6명이 실종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직전 아파트 꼭대기 현장 모습이다.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쯤 건물 외벽 등이 무너지기 2~3분 전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는 것) 작업을 하던 HDC현대산업개발 협력업체 반장 A씨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해당 영상을 찍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전 구조대원들이 구조견과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 붕괴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전 구조대원들이 구조견과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 붕괴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눈발 날리고 강풍…"콘크리트 상판 10㎝ 꺼져" 

각각 40초, 1분32초짜리 영상에는 당시 붕괴 조짐을 보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협력업체 직원들이 우왕좌왕하며 웅성거리는 목소리도 생생히 녹음됐다.

첫 영상에는 콘크리트 상판(슬래브)이 일(一)자로 반듯하지만, 둘째 영상에는 상판 가운데가 10㎝가량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영상을 촬영한 A씨도 붕괴 조짐을 감지한 듯 연신 한숨을 쉬는 모습도 담겼다. 재중 동포인 그는 영상 속에서 중국어로 '심상치 않다'는 투의 말을 했다.

소방당국이 13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에 동원될 중장비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뉴스1

소방당국이 13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에 동원될 중장비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뉴스1

펌프카 운전자, 다른 건물 숨어 화 면해

이 영상은 붕괴 사고가 난 공사 현장에 참여한 펌프카 업체 사장 B씨가 A씨에게 받았다. 사고 당시 B씨 업체 펌프카도 파손됐다. 그는 피해 증거 확보 차원에서 영상을 확보했다고 한다.

B씨는 "영상을 보면 처음과 끝이 다르다"며 "A씨가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자마자 (콘크리트 상판) 10㎝가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에 녹음된) 소리 등을 봐선 35~36층에서 뭔가 꺼진 것 같다"고 했다.

B씨에 따르면 사고 당시 38층 천장이자 39층 옥상에는 A씨 등 협력업체 직원 7~8명이 일하고 있었다. 영상 촬영 당시에도 일부 직원은 이미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대피한 뒤였다고 한다.

B씨는 "A씨가 '펑' 하는 1차 폭발음을 듣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사람들한테 대피하라고 하고 자기도 계단 쪽으로 나오다가 다시 가서 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도 영상을 찍자마자 바로 내려오는데 25층과 27층 사이에서 '와장창', '우당탕' 소리에 무너지는 것 같아 뛰었고, 1층 내려오자마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전 구조대원들이 구조견과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 붕괴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전 구조대원들이 구조견과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 붕괴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경찰, 직접 공사한 하청업체 3곳 압수수색 

사고 당시 B씨 업체 직원 1명도 현장에서 미리 몸을 피해 간신히 화를 면했다는 게 B씨 설명이다. 그는 지상 1층에 펌프카를 대고 타설 중이던 아파트 옥상에 콘크리트를 올려주고 있다가 급히 옆건물로 대피했다. B씨는 "직원 말로는 건물 1층에서 무엇이 '펑' 튀어서 보니 사람들이 35~36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여 '안 되겠다' 싶어 (사고 난 201동 인근) 202동 건물에 들어가 숨었다"며 "그 사이 무전에서 '상판이 이상하다. 대피하라'는 말이 들리고 타설공들이 내려왔다"고 했다.

B씨 업체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전날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 B씨 업체를 비롯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하청받아 직접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하고 장비·자재 등을 공급한 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13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 붕괴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돼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뉴스1

13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 붕괴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돼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뉴스1

사고 3일째 실종자 1명 발견…"생사 확인 중"

한편 이날 오전 11시14분쯤 붕괴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됐다. 구조대원이 내부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는 과정에서 확인했다. 소방당국은 이 남성의 생사를 확인 중이며, 잔해를 치우는 대로 남성을 구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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