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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방 약봉지 있었다" 李의혹 제보자 사인 심장질환 추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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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모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경찰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모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경찰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시신 부검 결과, 죽음에 이를 만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이모(55)씨의 시신에 대해 부검을 한 결과, 사인에 이를 만한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사인은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구두 소견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이는 주로 고령 혹은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기저질환에 의해 일어나는 심장질환이다. 김근준 서울청 강력계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씨가) 중증도 이상의 관상동맥경화 증세가 있었고, 심장이 (크기가) 보통 사람의 두 배에 가까운 심장비대증 현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평소 앓고 있는 지병이 없었다”는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이씨가 평소 앓고 있는 지병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한편, 부검을 추가로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 이씨 유족 측 대리인 백광현씨는 “(유족의) 수긍이나 반론이 있겠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고인은 공익제보자이자 용기 있는 시민이었다. 그가 끝까지 밝히고자 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현장에서 약봉지가 발견됐다는 경찰 발표와 관련해 그는 “유족에 따르면 이씨의 카드 사용 내역에 병원 진료 기록은 없었다”며 “(이씨 사망 당시 발견된 약이) 어떤 약인지 경찰이 발표하지 않았고 저희도 모르고 있다. 가족들이 알고 있는 질병이나 치료 내역은 없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11일 오후 8시 35분쯤 양천구 신월동의 한 모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 유서는 없었고, 현장감식 결과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김 계장은 “약봉지가 (현장에) 있었다”며 “본인의 질병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모텔 폐쇄회로(CC) TV에는 이씨가 8일 오전 10시 45분쯤 방에 들어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찍혔다. 이후 모텔 직원이 문을 열고 이씨의 시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방에는 누구도 드나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이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녹취록을 제보한 인물이다. 이재명 후보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으로 선임된 한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현금과 주식 등 20억원을 줬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씨와 함께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이민구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 대표는 이날 오후 장례식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씨의 죽음에 관한 진상규명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숨진 이씨 측근인 이민석 변호사는 “한 달 사이에 이재명 후보와 관련해 3명이 연달아서 사망했다. 여러 사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뿐 아니라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책위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씨가 지금까지 검찰에 제공한 녹취록은 3건이며, 미공개 녹취록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변호사는 숨진 이씨의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많은 녹취가 있었다며, 미공개된 녹취록 중에는 ‘혜경궁 김씨’ 사건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의 트위터 유저로 활동하면서 막말을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18년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부족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 변호사는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처음에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에서 기소의견이 불기소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과정이나 문제점들에 대해 녹취가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녹취는) 이태형 변호사와 숨진 이씨 사이의 대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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