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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이나 빗나간 세수 예측··초과세수 60조원 역대급 오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처음 짤 때와 비교해 60조원에 육박하는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정부의 세수 추계가 3번이나 틀리면서 발생한 ‘초초초과세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돈 풀기’ 추경 편성 압력은 커질 전망이다.

정부의 2021년 초과세수 예상 실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의 2021년 초과세수 예상 실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7월 정부는 지난해 연간 세금이 예상보다 총 31조6000억원 더 걷힐 것이라며 이 돈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그해 11월에는 여기에 19조원이 더 걷힐 것이라며 기존 계산을 번복했다. 그리고 13일,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이 총 323조4000억원이라고 밝히면서(2021년11월 기준 재정동향) 두 달 전 예상보다도 최소 7조8000억원 더 걷힐 것이라고 다시 예측을 수정했다.

두 달 전 “초과세수 19조”…이제 와서 “소폭 증가”

지난해 본예산을 처음 짤 때 정부는 2021년 한 해 동안의 국세 수입을 282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걷어 보니 총 58조4000억원 이상 더 걷히면서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41조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왼쪽)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월간 재정동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광효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왼쪽)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월간 재정동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틀렸나

결국 지난해 본예산 대비 세수 추계 오차율은 20%를 넘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세수 추계 오차율은 지난 10년간 10%를 넘은 적이 없다.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를 판단하는 일은 이듬해 재정을 얼마나,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첫 단추인데, 이를 처음부터 잘못 채웠다는 의미다.

세수 추계 오차율 역대 최대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세수 추계 오차율 역대 최대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재정정책 전문 민간연구원인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적정한 세입 규모를 가늠할 수 있어야 지출 규모를 정할 수 있다”며 “세입 규모를 예측하지 못해 합리적인 지출 규모를 정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빨랐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 진도율은 100%를 넘어 102.9%를 기록했다. 추경 당시 예상했던 국세 수입을 모두 달성하면 진도율이 100%인데, 이를 이미 넘어섰다는 의미다.

특히 소득세 진도율이 107.2%로 가장 높았는데, 기재부는 “자산시장 영향, 취업자 수 증가로 양도‧근로소득세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돼 양도소득세 수입이 둔화할 것이라던 정부 기대와 달리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상용근로자 등 고용 시장 회복 속도도 정부 예상보다 빨라 근로소득세 수입이 늘었다.

법인세 진도율도 104.9%, 부가가치세가 101.3%로 예상을 초과했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수출입이 모두 급증했던 지난해 경기 상황이 기재부 예상과 달랐다는 말이다. 기재부 안팎에선 이번 세수 추계 오차를 이유로 문책성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文 “추계 오차 아쉽지만…소상공인 지원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예상보다 더 늘어난 초과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한 것은 아쉽지만 기업 실적·수출입·고용 등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의 여력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에 발생한 초과세수는 당장 쓸 수 없는 돈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지난해 초과세수는 오는 4월 국가 결산을 거쳐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한 뒤에야 사용할 수 있다.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하려면 결국 적자국채를 먼저 발행하고 이후에 초과세수로 갚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하는 다음 달 15일 전에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백브리핑에서 "소상공인 지원책, 추경안 편성 등에 대해 정부 안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어제 당 코로나 비상대책특별위원회에 기재부가 참석해 추경의 대략적인 방향과 개괄 등에 대해 업무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다음 달에 지난해 연간 세수 집계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11‧12월 수출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취업자 수도 증가하며 자산 가격도 상승하는 등 예상보다 경제 회복이 강해진 점을 고려하면 초과세수도 전망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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