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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14%' 이젠 가치주 대세? 성장주 하락속 투자전략은

중앙일보

입력

가치주의 부활이냐, 그래도 성장주냐. 요즘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논쟁이다. 미국에서 날아든 매(통화 긴축)의 발톱에 성장주로 대표되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종목의 주가가 곤두박질하며 논쟁은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에선 "이제 가치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과 "성장주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 중인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테이퍼링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 중인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테이퍼링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성장주 시대의 균열은 연초부터 시작됐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게임 회사 크래프톤 주가는 새해 들어 20.1% 하락했다. 공모가(49만8000원)와 비교하면 26.2% 떨어진 수치다. 카카오게임즈(-18.2%)와 위메이드(-17.9%)도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0.2%)와 코스닥(-4.1%) 하락률을 크게 넘어선다.

인터넷 업종인 카카오(-13.6%)나 네이버(-8.7%), 배터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11.1%)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10.1%) 등도 하락 폭이 컸다.

성장주 조정은 '긴축 공포'에서 비롯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나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더해 시중의 돈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QT)까지 예고하면서다.

장기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0일 장중 1.808%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20년 1월 21일(장중 1.825%) 이후 최고치였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돈 풀기'로 지속한 성장주의 강세가 끝날 것"이라는 경계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성장주는 미래에 예상되는 기대수익을 먼저 반영해온 종목으로, 사업 자금을 대출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이 악재다. 반면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싼 가치주는 금리 오름세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주로 철강·은행·화학 등 업종이 속하며 통상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이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인 종목이 해당한다.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들어 각각 12.5%, 17.3% 올랐고, 포스코(11.3%)와 현대제철(9.8%)도 크게 상승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년 반 동안의 랠리로 성장주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빠른 긴축으로 돌아서며 성장주의 할인율을 높였지만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새해 주요 성장주·가치주 주가 엇갈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새해 주요 성장주·가치주 주가 엇갈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 사이에선 주도주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치투자 1세대'인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PER이 아직 3~4배에 불과한 가치주가 수두룩하지만, 상당수의 성장주는 30~40배가 넘는 등 밸류에이션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며 "성장주의 피크 아웃(고점 후 하락)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가치주에 유리한 여건이지만, 종목별로 차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도 "통화 긴축이 거세지면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했다.

반면 성장주의 조정이 일시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성장주의 패배를 조기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며 "이익이 늘어나는 성장주를 선별해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주와 가치주로 구분하기보다 인플레이션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고, 산업 내 지위가 강화되는 기업을 선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그동안 성장주에 많은 유동성이 쏠려 있었는데, 성장주와 가치주 투자 비중을 반반 정도로 섞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론 증시에 돈을 묻어두기가 불안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코스피가 지금보다 최소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며 "투자는 잠시 쉬는 게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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