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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움직인다…코로나가 키운 원격진료, 판 커지나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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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키운 원격진료…2년새 300만건

# 갑상선 질환을 앓는 주부 이모(40·서울 동대문구)씨는 주기적으로 서울 강동구 천호역 인근의 전문병원까지 가서 혈액검사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원격진료가 일부 허용되면서, 전화로 검사 결과를 듣고 약도 택배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씨는 “예전보다 병원 갈 일이 3분의 1로 줄어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원격진료의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의료서비스 시장을 키우고 있다. 개정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지난 2020년 2월부터 전화 상담과 처방(비대면 진료)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150만명이 312만건의 원격진료를 경험했다. '한시적'임에도 기회를 잡은 원격진료 스타트업들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은 업계 1위 닥터나우는 1년 만에 누적 사용자 90만명을 넘겼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도 헬스케어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격진료의 개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원격진료의 개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글로벌 헬스케어, 디지털 혁신중 

해외에선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37개국 중 32개국이 원격진료를 허용한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의료 마비를 경험한 뒤 원격진료 초진이 전격 허용됐다. e메일·문자로 하는 의료상담에도 보험수가를 지급한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내 외래진료에서 원격진료 비중은 코로나 이전 0.1%에서 코로나 확산기였던 2020년 4월 17%까지 늘었다.

의료계의 디지털 전환도 한층 빨라졌다. 진단·처방 등 치료 중심이었던 의료 패러다임이 예방·건강관리 같은 헬스케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의 스마트워치가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아마존 클라우드가 여러 병원에 흩어진 예약·통원·진료 기록을 데이터 플랫폼 형태로 관리하는 식이다. 175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원격진료 기업인 텔레닥은 환자가 요청하면 10분 안에 앱으로 진료가 가능하다. 450여개 세부전공에 의사 5만여 명이 텔레닥 원격진료에 참여한다. 포춘 500대 기업의 40% 이상이 텔레닥을 유료 구독한다. 구글 클라우드로부터 1억 달러를 투자받은 원격진료 회사 암웰도 챗봇으로 자동문진→원격진료→클라우드 전자의무기록(EMR)→인공지능(AI) 보험청구의 구조를 갖췄다.

전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지난해 1520억 달러(182조원) 규모에서 2027년 5080억 달러(607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투자사 락헬스에 따르면 2019년~2021년 사이 디지털 헬스 투자도 매년 2배씩 늘어나는 추세. 빅테크가 그 중심에 있다. 아마존, 구글, MS 등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31억 달러를 헬스케어에 투자했다. 특히 아마존은 2018년 온라인 약국 필팩을 인수한 후 처방약 배송 서비스 ‘아마존 파머시’를 출시했고, 2020년부턴 자사 직원과 기업 대상(B2B) 원격진료 서비스 ‘아마존 케어’를 운영 중이다.

구글이 1억 달러를 투자한 원격진료 스타트업 암웰. 사진 암웰

구글이 1억 달러를 투자한 원격진료 스타트업 암웰. 사진 암웰

네이버·카카오도 뛰어드나

네이버·카카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규제와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헬스케어 사업엔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다.

네이버는 ‘아마존 케어’를 롤모델로 사내 테스트를 시작한다. 올 상반기 입주 예정인 경기도 성남시 제2사옥 내 사내 병원(200평 규모)이 그 테스트베드. 여기서 본사 직원 430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 AI 개발, 의료데이터 처리, 원격진료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로봇수술 권위자 나군호 세브란스병원 교수를 CEO 직속 헬스케어연구소장으로 지난해 영입했다. 최근엔 ‘네이버 케어(NAVER CARE)’를 상표등록하며 원격의료, 헬스케어, 건강관리, 미용까지 서비스할 여지를 열어뒀다. 이미 일본에서 소니의 의료전문 플랫폼 M3와 합작한 ‘라인 헬스케어’로 원격진료 사업을 해본 경험도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단은 직원을 위한 서비스 차원의 상표 등록”이라면서도 “사업 확장은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이 된 나군호 연대세브란스병원 교수(왼쪽)와 카카오 헬스케어 CIC 대표가 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사진 나군호 교수 홈페이지, 카카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이 된 나군호 연대세브란스병원 교수(왼쪽)와 카카오 헬스케어 CIC 대표가 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사진 나군호 교수 홈페이지, 카카오

카카오도 지난해 12월 헬스케어 사내독립기업(CIC)을 세웠다. 김범수 의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CIC 대표로는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선임했다. 황 대표는 전자의무기록 전문가로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병원 디지털 혁신사업을 20건 이상 추진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카카오는 의료 빅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결합하는 모델에 주목한다. 2019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연세대 의료원 등과 의료 빅데이터 협력 구조를 만들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플랫폼 ‘휴먼스케이프’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50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을 보유한만큼, 메신저 기반 모델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긴장하는 쪽은 의료계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원격의료TF 공동위원장은 “네이버·카카오는 전 국민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라 스타트업들과는 무게가 다르다”며 “이들의 움직임을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원격의료가 제도화되기까진 사회갈등 요소가 큰 만큼 네이버·카카오가 당분간은 해외에서 사업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학교 병원장(한국원격의료학회 학술위원장)은 “네이버·카카오뿐 아니라 통신사 등 모든 기업이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본다”며 “최근 플랫폼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고려하면 국내보단 해외 사업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사-소비자 인식 차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사-소비자 인식 차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의료계도 현실론 대두…변수는 마이데이터

‘강경 반대’를 고수하던 의료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의료사고 등의 책임소재가 명확히 규정되고, 원격진료에 적정 수가가 책정되는 등 제도가 보완되면 원격진료에 찬성하겠다는 ‘현실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사회가 의사 67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86.7%가 ‘원격의료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9명(90.1%)은 원격의료가 실시될 경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중복선택)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명확한 제도 마련’을 꼽았다. 의협도 지난해 11월 ‘원격진료 대응TF’를 만드는 등 준비에 나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도 산업계에 마중물이 될지 기대를 모은다. 금융기관의 소비자 데이터를 IT 기업에 개방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의료 데이터로 확장되면, 디지털 헬스케어가 자연스레 활성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미국 등에선 비식별화된 의료정보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는 “정부도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은 규제를 적극 푼다”며 “개별 병원 내 데이터가 공공재로 공개된다면 변화의 흐름이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팩플레터 186호의 요약본입니다. 빅테크와 원격진료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팩플레터 186호(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0950)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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