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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이 면전서 "이럴거면 관두라"해도 고개숙인다…달라진 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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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달라진 것 같다”는 평가가 종종 나온다. 굽히기보단 자기주장이 강한 이미지였는데, 최근 “다 제 잘못”이라고 하는 경우가 늘어난 걸 두고 나온 반응들이다. 나이가 한창 어린 20·30 청년 보좌역들이 윤 후보 면전에서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그만두라”고 지적해도 곧잘 받아들인다 한다.

윤 후보 주변에선 “지지율 폭락에 따른 위기의식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라고들 한다. 연말의 위기 국면에서 참모들은 여러 회의를 열고 지지율 하락 원인을 분석했는데 “대중에게 오만하다는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다”, “내부 소통 부재와 잦은 말실수가 문제”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고, 이는 윤 후보에게도 보고됐다는 것이다.

윤 후보 스스로도 지난달 28일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 반대”를 요구하며 당사 앞에서 시위하던 청년들을 만나 “젊은 층 정서를 제대로 알기는 하냐”는 말을 듣고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토로한 일이 있었다. 익명을 원한 윤 후보 측 인사는 “윤 후보를 국민이 불러낸 계기가 ‘공정하게 수사하려다 권력에 핍박받는 윤석열’이었는데, 부인 김건희씨 허위이력 의혹이 불거지자 ‘제대로 알고 보도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등 고압적이고 불공정한 인상을 줬다. 처절할 정도로 낮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실제로 올해 공개 행보에서 윤 후보는 몸을 확 낮추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난 1일 선대위 신년 회의에서 “저부터 바뀌겠다”며 구두를 벗고 큰절을 올린 것과 지난 5일 선대위 해체 선언을 하면서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라거나 “모든 게 제 탓”이라고 말한 모습이 대표적이다. 6일 당 의원총회에서도 “모든 게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할 때도 참모들이 함께하려 하자 “그러지 말라. 냉랭한 반응이더라도 직접 맞닥뜨리겠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윤 후보의 메시지가 ‘나라와 국민의힘을 바꾸겠다’는 데 무게를 뒀다면, 지금은 ‘나부터 바뀌겠다’며 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 개편 후엔 참모들과의 직접 소통도 늘렸다고 한다. 선대본부의 한 실무자급 인사는 “매머드 선대위 때는 내 보고가 후보에게까지 가는데 6단계 정도의 관문이 있었는데, 지금은 메신저를 통해 직보하고 곧장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윤 후보 측 인사는 지난 11일 신년기자회견 장소를 고르기까지의 과정을 예로 들며 “후보에게 문자메시지로 보고하니까 바로 ‘오케이’ 메시지가 왔다”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게임 산업의 불합리한 규제 정비 및 사용자 권익 보호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게임 산업의 불합리한 규제 정비 및 사용자 권익 보호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기자들과의 스킨십 방식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적극적으로 질문을 더 받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대표적으로, 최근 핵심 공약이나 정책구상을 밝히는 자리에선 “궁금한 게 있으면 더 물어보라”고 자주 말한다.

즉흥 발언을 줄이고 준비한 원고 중심으로 얘기하는 등 말하는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윤 후보는 5일 선대위 해체 선언 때와 11일 신년회견 때 준비한 원고를 꺼내 읽었다. 윤 후보 측 인사는 “외부 행사 때도 원고에 충실해지려는 모습”이라며 “후보 자신이 말과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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