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50여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쇼츠 대전’이 시작됐다. 쇼츠는 1분 이내의 짧은 콘텐트로 이뤄지는 유튜브 내 ‘숏폼’(short-form) 영상이다. 영상을 놀이 수단으로 소비하는 젊은 층의 기호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각 당 후보들은 2030세대 지지율을 높이고, 2차 가공 등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쇼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탈모 쇼츠’ 재미 본 이재명 측…“하루에 10개씩 배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 온라인소통단(단장 김남국 의원)은 11일부터 쇼츠물량 공세에 나섰다. 그 전에도 쇼츠를 만들긴 했지만, 지난 4일 공개한 ‘탈모 쇼츠’가 크게 화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든 측면이 있다. 탈모 쇼츠는 민주당 청년선대위의 ‘탈모 약 건강보험료 적용’ 제안이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이 후보가 직접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겁니다”라며 촬영한 영상이다.
이후 온라인소통단은 더 많은 쇼츠를 생산해 다양한 채널에 풀고 있다. 11일 하루에만 유튜브 채널 ‘이재명’ㆍ‘명신사 1호점’ㆍ‘명신사 2호점’ㆍ‘명신사 3호점’ 등 네 곳에서 쇼츠 21개가 공개됐다. 이를 기획ㆍ제작한 김남국 의원은 12일 이 후보에게 “(앞으로도) 하루에 쇼츠 10개씩 배포하겠다”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각 언론사에서 촬영한 영상을 짧게 요약하는 ‘영상 클립’ 수준에 그쳤는데, 앞으로는 이 후보의 일상을 비롯해 ‘알려ZOOM’이라고 이름 붙인 공약 설명 등 다양한 내용을 담기로 했다. 이 후보 본인도 지난 11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을 설명하는 쇼츠를 직접 촬영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30 3인방’이 만드는 윤석열 쇼츠…조회 수 52만 대박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는 ‘59초 쇼츠’2개를 지난 8일 첫 공개했다. 쇼츠 1탄엔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어깨동무 장면을 삽입해 극적인 당내 갈등 봉합 홍보에 힘을 줬다.
59초 쇼츠 제작자는 후보 청년보좌역인 김동욱(31)ㆍ박민영(29)ㆍ오철환(29) 등 ‘2030 3인방’이다. 앞으로 월·수·금요일에 하루에 두 편씩 일주일에 영상 6개를 올리는 게 목표라고 한다. 박민영 보좌역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난 7일에 처음 쇼츠 기획을 제안했고, 그날 콘티 구성과 영상촬영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윤 후보도 우리가 짜놓은 기획을 거의 날 것 그대로 오케이해줘 지금의 영상이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틀 만에 완성된 쇼츠들에도 반응은 좋았다. 8일의 ‘59초 쇼츠’ 2탄(전기차 충전요금 5년간 동결 공약)의 경우 4일만인 12일 기준 조회 수가 53만회가 넘었다. 아이템은 윤 후보 선대위에서 나온 기존 공약들을 토대로, 그때 그때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만한 주제로 청년 보좌역들이 선정한다고 한다. 예컨대 12일 공개된 ‘쇼츠 6탄’(실내체육시설 이용료에 소득공제 적용)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대표의 체중 증가를 농담 식으로 지적하며 “준스기(이 대표) 살 좀 빼라”라는 말이 유행하자, 이에 착안해 제작했다고 한다.
쇼츠 활용 선구자는 홍준표…이재명 “洪 쇼츠 재밌더라”
쇼츠 선거전을 앞서 주도한 건 지난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의 홍준표 의원 측이었다. 이 후보ㆍ윤 후보 측 모두 “당시 홍 의원 측의 쇼츠는 청년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며 “지금 우리가 쇼츠를 제작하는 데에도 홍준표 쇼츠의 영향이 있다”고 동의했다.
정치권에선 쇼츠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지난해, 홍 의원 공식 유튜브인 ‘TV홍카콜라’는 물론 ‘상도TV’ 등 지지 유튜버들은 쇼츠를 대량 배포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토론 장면 등 홍 의원의 솔직한 화법이 담긴 내용이 많았다. 상도TV는 구독자 자체는 8만명대로 적지만, 홍준표 쇼츠는 많게는 조회수 300만회가 넘어갈 정도로 나올 때마다 대박을 쳤다.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신조어를 퍼뜨린 곳 중 하나도 이곳이었다.
그래서 당시 이를 본 이재명 후보도 홍 의원 쇼츠에 감탄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께 이 후보는 홍 의원의 쇼츠 영상을 선대위 참모들에게 공유하며 “홍 의원 쇼츠가 참 재밌더라. 우리도 저런 걸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