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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참고한 '先화장' 지침, 싱가포르는 진작에 철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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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역당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장례관리지침에는 싱가포르의 사례가 등장한다. 당국은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원칙을 이어가는 유일한 나라로 싱가포르를 제시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보건부 '코로나19 시신관리 처리 규정'을 살펴보면, 화장 혹은 매장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 시신을 옮긴 다음의 절차로 화장과 매장을 동시에 안내하고 있었다. 유족들이 마지막으로 시신을 볼 수 있도록 "시신낭(주머니) 얼굴 끝을 지퍼로 열어 보는 것도 허용"하고, "낭독, 성수 뿌리기 등 신체를 만질 필요 없는 마지막 의식을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방역 수칙만 지킨다면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이 추가적인 감염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면서 장례 담당자나 유족들에 대한 교육을 강조했다. 허윤정 아주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싱가포르는 (화장을 권하는) 해당 지침을 철회한 지 오래"라면서 "우리 정부도 코로나 사망자 시신의 감염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과 장례업계 등에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콘티넨털 장례식장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한 남성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콘티넨털 장례식장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한 남성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코로나 사망자 장례 방법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장례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로 화장 혹은 매장을 할지 제한할 필요가 없고, 코로나 때문에 장례식과 면회를 미룰 필요도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고인을 만진 후에 반드시 손 씻기, 장례 참석자 간 6피트(약 2m) 간격을 유지 등 방역 수칙을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고인을 밀폐된 시신 가방에 넣어 입관을 마쳤다면 운송 과정에서는 일회용 장갑이나 가운, 고글 등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처럼 화장장 직원들이 레벨D에 해당하는 보호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장례식장에서 최대한 고인과 밀접 접촉은 피할 것을 권고한다. 영국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고인과 접촉해야 한다면 전문가의 감독 아래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접촉하도록 했다.

지난해 1월,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스리랑카의 코로나19 사망자 강제 화장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해 1월,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스리랑카의 코로나19 사망자 강제 화장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 사망자에 대해 화장을 강제하는 나라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1월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망자를 의무적으로 화장하도록 한 스리랑카 정부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스리랑카에서는 코로나 사망자를 매장하면 지하 식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강제 화장 정책을 강행해 왔다. 유엔 전문가들은 "관련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팬더믹 상황이라도 사망자의 존엄성이나 문화적 신념 등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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