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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제보자 측 “변호사비 의혹 제기 후, 여당이 계속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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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던 이모(54)씨가 서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이씨는 최근 수차례 “나는 자살하지 않는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1일 오후 8시35분쯤 양천구 신월동의 한 모텔에서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주말부터 연락이 두절됐으며, 가족은 11일 실종신고를 했다. 같은 날 오후 모텔 직원 A씨가 이씨가 묵던 방에서 이씨를 발견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이모씨가 숨진 채 발견 된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12일 경찰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이모씨가 숨진 채 발견 된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12일 경찰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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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모텔에 투숙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모텔 직원은 “이씨가 1월 투숙비 중 절반을 미리 지급했다”고 했다. 이씨의 유족 측은 “사업차 서울에 숙소를 잡은 것”이라며 “경남 마산에 본가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유족 동의로 대리인으로 나섰다는 지인 백모씨는 이날 빈소에서 “고인은 이재명 대선 후보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공개한 공익제보자로,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이 후보 진영에서 다양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 후보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으로 선임된 한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현금과 주식을 포함해 20억원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녹취록을 친문 성향 원외 정당 ‘깨어있는시민연대당’에 제보했다.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이 후보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10일 페이스북에서 “이 생은 비록 망했지만 전 딸, 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다”고 적었다. 이씨와 가까운 이민석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과 관련해 벌써 3명이 죽었다”며 “오비이락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하필 왜 대선 전에 이런 일이 잇따르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철협)가 지난해 9월 24일 공수처에 대장동 사건을 고발할 때 이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했다. 그는 “법대 출신으로 관련 지식이 많은 데다 개발사업을 한 경험이 있어 추석 연휴에도 이씨를 만나 상의하며 고발장을 썼다. 검찰의 대규모 수사가 이뤄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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