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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두절 6명 중 4명 작업투입 확인, 가족들 “얼마나 추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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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광주광역시 고층(39층) 아파트 신축 공사장 외벽 붕괴사고 과정에서 연락이 두절된 노동자 6명 중 4명이 실제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경찰이 파악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족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날 광주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면서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 6명 중 4명이 사고 당일 실제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1명은 홀로 생활을 했던 분이고, 다른 1명은 사고 이틀 전 전화했는데 확인이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경찰은 실종자 가족 등에게 일일이 수소문해 작업 여부를 파악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공사에 참여한 22개 하청업체 노동자 394명 중 사고 당일 388명의 소재는 확인했으나, 나머지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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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3명은 28층과 29층에서 소방 설비 작업, 다른 3명은 31층부터 34층까지 창호 작업 등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실종된 6명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한 결과 5명의 휴대전화는 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에, 1명은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쌍촌동 인근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사고 이후 연락이 두절된 노동자 중 1명은 사고 당일 오전 공사 현장에 분명히 출근했다는 가족의 증언도 나왔다. 실종자 가족 A씨는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만나 “(실종자가) 출근한 뒤 오전까지 통화도 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11일 오후 8시에 중단했던 수색 작업을 12일 재개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광주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소방 드론 9대와 구조견 6마리 등을 투입해 지하 4층부터 지상 1층까지 정밀 수색을 하고, 건물이 붕괴된 곳 외에 최상층까지 육안으로 확인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내부 잔해 때문에 계단 진입이 어려워 야간 수색을 중단하고 내일(13일) 해가 뜨는 대로 전체 층에 대한 수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 우려가 있는 140여m 타워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해 외국에서 1200t 규모의 크레인을 부산항을 통해 들여올 예정이다. 본격적인 구조를 위해선 타워크레인과 남아 있는 외벽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소방당국은 1200t 크레인이 도착하는 대로 15~16일 조립 후 17일 타워크레인 상층부를 해체할 계획이다.

광주광역시 신축 아파트 공사 외벽 붕괴사고 현장에서 12일 인근 상가 입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팻말을 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신축 아파트 공사 외벽 붕괴사고 현장에서 12일 인근 상가 입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팻말을 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임시 천막에서 밤을 지새우며 애를 태워야 했다. 12일 광주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5.7도를 기록했다.

28층에서 작업하다 연락이 끊겼다는 한 실종자의 가족 B씨는 “이런 혹독한 추위 속에 난로에 기대 버티는 우리도 힘든데 실종자들은 얼마나 춥고 절망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 C씨는 “드론으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는데 실종자들이 있던 공간만이라도 확인해 달라”며 “생사도 모른 채 무작정 수색 결과만 기다리기가 너무 힘겹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에도 울분을 토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임직원들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아 공개 사과했다. 유 대표는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신 실종자분과 가족분들, 광주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소방본부와 국토교통부, 광주광역시 및 서구청 등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실종자 수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A씨는 “회사 측이 오늘 사과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했고 다른 한 가족은 “(실종자) 가족들이 밤새 떤 천막이 지척이다. 말 한마디 없이 언론 앞에서만 사과한다고 될 일이냐”고 말했다.

사고 원인을 두고서는 인재(人災)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39층에는 평소에도 바람이 상당했을 것이고, 사고 당일에도 강풍이 불어 타워크레인 지지물과 거푸집 등이 풍압을 견디지 못하고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날 붕괴사고가 발생한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을 포함해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대검찰청도 이날 광주시 붕괴사고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광주지방경찰청·광주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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