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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긴축은 천천히 할게” 공포 달랜 파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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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신의 재임 인준을 위해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신의 재임 인준을 위해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대차대조표(B/S) 축소는 올해 후반 정도에 허용할 수도 있다.”

1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재임 인준을 위한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상 등을 서두르며 긴축의 기조를 유지하되, 시장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의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운 ‘영리한 파월씨’의 묘수 덕에 하락세를 거듭하던 뉴욕 증시가 반등하는 등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전날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겠다”며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파월의 변신이 긴장했던 시장 달래기에 일단 성공한 모양새다.

사실 파월 측은 최근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5일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일부 위원이 “첫 기준금리 인상 후 조기에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확인되며 시장은 긴장 모드로 접어들었다. 골드만삭스는 양적 긴축 시작 시점을 오는 12월에서 7월로 앞당겨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파월은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올해 후반 언젠가부터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허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Fed가 돈줄 죄기의 속도를 올리는 상황에서 양적 긴축 시점을 에둘러서라도 밝히며 시장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셈이다.

파월이 ‘긴축 정책 지속’과 ‘양적 긴축 속도 조절’이란 ‘투 트랙’ 전략을 들고나오자 시장은 일단 안도한 분위기다. 시장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강경책’의 속도를 늦추겠다는 그의 신호에 ‘긴축 발작’을 겪던 주식시장 등은 한숨을 돌렸다. 실제 올해 들어 내리막길을 걷던 S&P500(0.92%), 다우존스(0.51%), 나스닥(1.41%) 등 뉴욕 증시는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

파월은 시장의 돈을 빨아들이는 양적 긴축에는 천천히 나서겠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보다 긴 시간 동안 높은 수준으로 진행돼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사용 가능한 도구를 쓰겠다”고 말했다.

청문회 하루 전 공개한 발언에서 “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밝히며 ‘인플레 파이터’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연임 ‘출사표’를 재확인한 셈이다. 참고로 시장은 Fed가 올해 3~4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올해 Fed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 네 차례로 전망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인플레이션이 Fed의 생각보다 더 나쁜 상황이면, 생각보다 더 많이 금리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월이 유연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을 달랬지만, 높은 인플레 압력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기본적인 생각엔 변함이 없는 듯 보인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가격 안정이고,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물가 안정 없이는 최대 고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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