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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 중고 나름…명품 중고거래 시장 ‘쩐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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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 중고거래 시장에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세계적인 투자자까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롯데그룹에 이어 신세계그룹이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일본 소프트뱅크와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그룹이 돈을 댄 유럽 1위 중고거래 플랫폼이 한국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고가 명품을 모아 화제가 된 ‘브그즈트 컬렉션’. [사진 각사]

고가 명품을 모아 화제가 된 ‘브그즈트 컬렉션’. [사진 각사]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중고거래 앱(애플리케이션) 번개장터에 투자했다고 12일 밝혔다. 조형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팀장은 “고객 중 젊은 층의 비율이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고, 취향에 기반을 둔 거래로 차별화된 강점을 보유한 번개장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번개장터는 2011년 론칭 이후 지난해 거래액 1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30% 넘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부스트’, 운동화 커뮤니티 ‘풋셀’ 등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 중이다. 롯데그룹은 신세계보다 먼저 중고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롯데그룹은 2019년 8월 사내 벤처 형태로 중고거래 플랫폼 마켓민트를 설립했으나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중고나라 인수를 택했다. 2003년 설립된 중고나라는 회원 2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5조원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중고거래 플랫폼도 한국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지난해 11월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올해 상반기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운동화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 [사진 각사]

운동화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 [사진 각사]

미국의 더리얼리얼, 스레드업과 함께 세계 3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꼽히는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지난해 3월 구찌·생로랑·발렌시아가의 모기업인 케링그룹 등으로부터 1억7800만 유로(약 2411억원)를 투자받았다. 이어 같은 해 9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2억900만 달러(약 248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중고 명품 위주로 거래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가치를 2조원으로 평가했다. 앞서 운동화 리셀(재판매) 플랫폼 스탁엑스도 지난해 9월 한국에 정식 론칭하며 한국 소비자를 위한 검수 센터를 오픈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10여년 만에 2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소비력이 향상되고, 명품 열풍이 지속되는 만큼 중고 명품 시장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에게 중고 물품은 경험재”라며 “특히 중고 명품은 투자가치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에 중고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상품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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