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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 '거푸집 붕괴' 지목…"5번이나 보완 요청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광주시 화정동아이파크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실종자를 찾기 위해 투입된 수색견 6마리 중 특정 수색견이 건물 내부 특정 장소를 반복적으로 맴도는 등 특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12일 광주시 화정동아이파크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실종자를 찾기 위해 투입된 수색견 6마리 중 특정 수색견이 건물 내부 특정 장소를 반복적으로 맴도는 등 특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아파트 벽면이 무너져 내린 사고 원인으로 대형 거푸집(갱폼) 붕괴가 지목되고 있다. 해당 건설현장은 착공 전부터 갱폼 등에 대한 관할 구청의 보완요청이 수차례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공사 측이 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갱폼, 무게에 붕괴위험 상존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갱폼 붕괴를 추정하고 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현장에서 일명 RCS(Rail Climbing System) 공법으로 건물을 올렸다. 갱폼을 외부 벽체에 고정한 뒤 타설하다 콘크리트가 굳으면, 레일을 따라 갱폼을 위로 올리는 게 가능한 공법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추정 원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추정 원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건설업계에 따르면 RCS공법은 공정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레일, 콘크리트 타설용 작업대 등을 3개 층에 걸쳐 설치하는 대형 거푸집이 되는 만큼 붕괴 등 사고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RCS폼 안전작업 지침을 통해 재해방지에 필요한 기술적 사항을 따로 두고 있다. 해당 지침엔 앵커 체결 방법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전문가들은 광주 사고 현장에서 갱폼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고 현장 주변에서는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투입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5차례 이어진 안전관리계획서 보완요청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뉴스1]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뉴스1]

더욱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착공 전 5차례에 걸쳐 광주 서구청으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 보완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완 사항엔 콘크리트 공사 항목도 포함됐다. 안전관리계획서 검토는 국토안전관리원이 맡았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콘크리트 공사의 안전시공 계획 및 절차수립’, ‘RCS 안전성 계산서 추가’ 등을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추정되는 갱폼과 관련, 하중을 고려한 앵커 볼트·와이어 로프의 안전성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인허가기관인 광주 서구청에 통보하기도 했다.

HDC 측은 5차례에 걸쳐 서구청의 보완요청과 재검토를 거친 끝에야 안전관리계획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안전관리계획을 이행했는 지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사고원인 밝힐 건설사고조사위 구성 

광주 신축 아파트 구조물 붕괴 그래픽 이미지.

광주 신축 아파트 구조물 붕괴 그래픽 이미지.

정부는 12일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렸다. 건설사고조사위는 사망 3명 이상· 부상자 10명 이상이 발생하거나 시설물 붕괴 등으로 재시공이 필요한 중대건설사고에 대해 사고 경위, 원인을 조사한다.

위원회는 건축시공·건축구조·법률 분야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두 달간 현장조사를 비롯해 설계·시공 적정성 검토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갱폼 붕괴에 대한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등도 내놓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 설계·시공 등 기술적 검토 뿐 아니라 현장 안전관리의 적정여부 등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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