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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도 이렇게 무너졌다"…광주 아파트 '와르르'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11일 발생한 광주광역시 고층아파트 일부 붕괴 사고는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39층 아파트의 38층부터 23층까지 벽과 슬라브 일부가 내리 무너져 내리는 ‘연쇄 붕괴’가 일어났는데, 무너져 내린 양상이 “1995년 붕괴한 삼풍백화점 때와 비슷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삼풍백화점도 최상층인 5층이 붕괴하면서 충격하중을 받아 지하 4층까지 무너져 내렸다.

23~38층 일부 연쇄 붕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 #여러 중대 하자 겹쳐 발생

국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을 세우고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붓는 전통적인 ‘철근콘크리트 공법(RC·Reinforced Concrete)’을 쓴다. 벽과 바닥이 철근부터 콘크리트까지 한 몸처럼 붙어 있기 때문에 벽 또는 슬라브 일부만 붕괴하는 일은 드물다는 지적이다. 콘크리트 구조 전문가인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단계별로 안전도를 굉장히 높여놨음에도 이런 연쇄 붕괴가 발생했다는 것은 여러 중요한 하자가 중첩돼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콘크리트 얼면 푸석푸석해지는데 

콘크리트 시공상의 문제가 먼저 거론된다. 동계 공사로,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는 가운데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고 얼어붙었는데도 공사를 이어갔을 가능성이다. 통상 콘크리트는 영상 5도 이상의 기온에서만 타설하고 굳혀야 한다. 기온이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콘크리트가 굳지 않고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해 양생하는 층마다 난로를 떼는 식으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콘크리트는 한번 얼면 푸석푸석해져서 강도가 떨어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을 입주가 건설사들에 치명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겨울 골조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탓”이라며 “게다가 내외부 마감이나 조경 공사가 점점 중요해지고 시간이 걸리다 보니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골조공사를 쫓기듯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외벽과 슬라브가 연쇄 붕괴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뉴스1]

외벽과 슬라브가 연쇄 붕괴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뉴스1]

콘크리트 재료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겨울철에 시공하지 않은, 양생이 끝난 하부층까지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홍건호 호서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크레인이 물건을 나르다 거푸집을 쳤다 해도 부딪힌 부분은 파손이 일어날 수 있어도 이번 사태처럼 십수개 층이 연쇄적으로 붕괴하지 않는다”며 “골재 품질이나 콘크리트 제조상의 하자 등, 전반적으로 콘크리트 재료 강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샘플부터 철근 상태 조사 필요" 

콘크리트와 더불어 철근 설치(배근) 문제도 거론된다. 최근 들어 건설현장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공장에서 철근을 조립하고 현장에서 설치만 하는 ‘철근 선조립’ 공법을 많이 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장에서 일정 길이를 제작해서 와서 현장에서 이어가는데 맞춤형이 아니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며 “이번 사태의 경우 바닥과 벽체의 철근 이음새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박홍근 교수는 “결국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려면 콘크리트 샘플을 구해서 강도 조사를 하고, 철근 직경이나 배근 상태 등을 다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DC 현대산업개발 측은 “사고가 난 201동 타설은 최소 12일~18일가량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고, 필요한 강도가 확보되기 충분한 기간”이라며 “공기가 지연돼 서둘러 공사했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10명의 학계·업계 전문가로 구성돼 2개월간 활동한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리책임 부실 등 위법사항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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