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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광고예요!’…무한경쟁 콘텐트 업계의 ‘뒤집기’ 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딜 가나 마스크를 쓰고 QR코드를 찍는 게 ‘정상’이 돼 버린 요즘. 콘텐트 업계에도 과거 당연한 듯 여겨졌던 관례들이 깨지고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내에서 콘텐트를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한 가운데 달라진 소비자 행태와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데뷔 무대’로 각광받는 OTT

'유미의 세포들' 선공개 알림. [사진 티빙]

'유미의 세포들' 선공개 알림. [사진 티빙]

지난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본방송 시간을 놓쳤거나 오래전 영화나 드라마가 보고 싶을 때 편리한 ‘다시보기’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자체 제작한 작품을 영화관이나 방송사보다 먼저 선보이는 ‘선공개’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CJ그룹 계열 OTT업체인 티빙은 웹툰으로 큰 인기를 끈 ‘유미의 세포들’을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방송채널인 티비엔(tvN)과 동시에 방영하기로 했다가 9회부터 티빙에서 12시간 먼저 공개하기 시작했다. 내부에선 ‘인터넷에 먼저 띄워버리면 누가 방송을 보겠느냐’고 반대했지만 우려는 빗나갔다. 티빙 관계자는 “요즘 시청자들은 TV·스마트폰·태블릿 등으로 각자의 상황에 맞게 미디어를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같은 드라마라도 TV를 보는 시청자와 OTT 시청자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방송 시청률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의 '콜드플레이' 라이브 공연 안내. [쿠팡플레이 캡처]

쿠팡플레이의 '콜드플레이' 라이브 공연 안내. [쿠팡플레이 캡처]

OTT가 아예 공연무대를 대체하기도 한다. 쿠팡플레이가 지난 12월 영국의 인기 록밴드인 콜드플레이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독점 생중계한 게 대표적이다.

어색한 감추기보다 유쾌한 ‘앞광고’ 

'도시남녀의 사랑법' 간접광고 모습. [드라마 화면 캡처]

'도시남녀의 사랑법' 간접광고 모습. [드라마 화면 캡처]

작품 속 광고도 양지로 나왔다. 특정 기업의 제품을 영화나 드라마에 끼워넣는 PPL(Product PLacement·제품배치) 광고는 ‘얼마나 태가 안 나게 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최근엔 대놓고 광고라고 밝히는 전략이 통하고 있다. 광고 효과는 물론 작품 완성도에도 도움이 되는 사례들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웹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가공한 드라마의 형식을 십분 활용했다. 다큐멘터리 속에선 어떤 물건이 나와도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각종 상품을 노출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MC가 PPL 상품을 먹는 모습. [프로그램 화면 캡처]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MC가 PPL 상품을 먹는 모습. [프로그램 화면 캡처]

핵심은 솔직함과 유쾌함이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좋은 예다. 이들은 PPL 시간을 본 프로그램 내용과 따로 분리해 ‘프로그램 제작 지원’이란 목적을 밝히며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진행자인 조세호가 PPL 제품인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에선 ‘세호야 입 벌려. 제작비 들어간다’라는 자막을 입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콘텐트 제작 업계 관계자는 “요즘 시청자들은 공정과 정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시청자 기만행위에 대한 경계 의식이 높아졌다”며 대가를 받고도 유료광고임을 알리지 않았던 유튜버들이 ‘뒷광고’ 논란으로 큰 비난을 받았던 것을 예로 들었다.

시작보다는 끝, 제목보다 문장에 주목

매년 새해가 되면 ‘독서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늘며 출판·서점가는 활기를 띤다. 지금까지는 어떤 책이 많이 팔렸느냐가 중요한 지표였다면 이제는 어떤 책을 얼마나 끝까지 읽었느냐가 중요해졌다. ‘좋은 책’을 판단하는 독자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는 이에 착안해 400만명에 달하는 누적 회원들의 독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독지수’를 개발했다. 완독지수는 해당 책을 읽은 사람 중에 책의 70% 이상을 읽은 사람의 비율인 ‘완독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으로 구성된다. 이 지수는 독자가 실제로 관심을 보인 책과 독서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밀리의 서재’ 완독지수 높은 책 톱5.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밀리의 서재’ 완독지수 높은 책 톱5.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출간 직후 높은 완독지수를 기록했는데, 출간 다섯 달 만에 교보문고를 비롯한 주요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도영민 밀리의 서재 독서라이프 팀장은 “콘텐트 종류가 워낙 다양해져 오히려 무엇을 골라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시대”라며 “독자들도 공급자 중심의 판매량보다 현실적인 안내 지표로 콘텐트를 고르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책의 인상을 결정했던 책 제목이나 서평 대신 책 속의 문장을 보고 책을 선택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텍스처’는 책 내용을 스크랩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 책을 읽어보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며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식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카메라로 문장을 스캔하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예쁘게 꾸며 인스타그램 등에 올릴 수 있는 편리한 기능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동훈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0~30대를 중심으로 콘텐트를 소비하는 형식과 완전히 바뀌고 있다”며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정보(콘텐트) 가운데 메시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역발상과 차별화 전략, 트렌드 대응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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