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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반발 컸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구성원 동의’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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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미래학교)에 대한 학부모 반발이 곳곳에서 터져나온 가운데 교육부가 한발 물러선 방안을 내놨다. 학부모 절반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미래학교 지정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인 미래학교는 일부 학교에서 학부모의 반대 집회가 벌어지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김나형 대곡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이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나형 대곡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이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교육부는 2022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미래학교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을 들여 지은 지 40년이 넘은 학교를 1400여곳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현 정부의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의 대표 과제 중 하나다.

학부모 의견수렴, 권고사항→의무로

하지만 교육청이 지정한 미래학교 대상 학교 학부모들의 반발이 작지 않았다. 학부모가 교문 앞에 조화를 늘어놓고 지정 반대 의사를 표시하거나, 교육청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은 지난해 미래학교로 지정된 57개교 중 14개교, 올해 43개교 중 7개 학교가 학부모 반대로 지정 철회됐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 철회 학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 철회 학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학부모들은 미래학교 선정 과정에서 학부모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지금까지 학부모 의견 수렴은 권고 사항이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갑자기 미래학교 지정을 통보받기도 했다. 교육부도 이번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학교 사업 취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 및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아 일부 학교에서 학부모와 갈등 상황을 야기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미래학교를 지정이 아닌 공모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공모 전에는 학부모 과반 이상 동의를 구하도록 했다. 학교 공간 혁신에 대한 홍보도 강화한다.

강제전학, 모듈러 교실…"학부모 동의 얻겠다"

학부모가 반발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미래학교로 선정돼 공사가 시작되면 학생이 강제로 전학을 가야 하거나 조립식 임시 건물인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서울 연희초는 미래학교로 지정된 뒤 신입생을 받지 않고 휴교하기로 했다가 학부모 반발에 부딪혔다. 2㎞ 이상 떨어진 곳으로 강제 전학을 가야하는 학부모들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미래학교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학교는 미래학교 지정을 철회했다.

지난해 9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있다. 뉴스1

학교 운동장 등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해 공사 기간동안 사용하는 방안도 반발이 크다. 화재에 취약하고, 환기나 냉·난방도 잘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또 공사판 근처에 모듈러 교실을 두면 공사 차량 등으로 안전이 우려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래학교 지정을 철회한 서울시내 한 중학교 학부모는 "과거에 모듈러 교실을 쓴 학교에서는 화장실이 부족하고 호흡기 질환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도 있었다"고 했다.

교육부는 공사 기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 동선과 공사 차량 동선을 분리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듈러 교실은 일반 건물 수준의 내진·소방·단열 성능 등을 갖추고 있다"며 "전학 등 학습권 저해 문제도 학부모 동의를 얻어 하겠다"고 밝혔다.

지정 철회 학교 절반은 강남·목동

미래학교에 대한 또 다른 반발 이유는 '제2의 혁신학교'라는 인식이다. 교육부는 미래학교를 홍보하면서 '교수학습의 혁신을 추진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는데 학부모는 이런 특징이 혁신학교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의 대표 공약인 혁신학교는 입시보다 전인 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에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학부모들은 이른바 '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과 목동을 중심으로 미래학교 반대 여론이 형성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미래학교 반발로 지정 철회된 14개교 중 절반이 강남 3구 또는 양천구 목동 인근에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래학교는 공간 리모델링에 방점을 둔 사업이라 혁신학교와는 취지 자체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전문가 "시대 바뀌었다…학부모 의견 들어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우수사례 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우수사례 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교육 시설을 개·보수 할 때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학교를 개축할 때 학부모 동의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미래학교를 지정할 때도 홍보가 부족해 불필요하게 '혁신학교가 아니냐'는 오해를 낳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모듈러 교실이나 전학 문제에 대한 설명 없이 미래학교를 강제 배정했기 때문에 반발이 컸던 것"이라며 "공사할 때 학생들이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게 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런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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