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대박 '염색샴푸' 날벼락 위기에...KAIST "혁신기술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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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머리의 60대 남성이 모다모다 샴푸를 사용히기 전(왼쪽)과 8주 뒤의 모습, 갈변현상 때문에 머리카락이 흑갈색으로 변했다. [사진 모다모다]

흰머리의 60대 남성이 모다모다 샴푸를 사용히기 전(왼쪽)과 8주 뒤의 모습, 갈변현상 때문에 머리카락이 흑갈색으로 변했다. [사진 모다모다]

염색 효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모다모다 샴푸를 두고 KAIST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면 충돌했다.  KAIST는 스타트업 모다모다와 함께 12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행정예고를 통해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rihydroxybenzeneㆍTHB)의 행정처분 예고에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AIST와 모다모다 외에도 이화여대ㆍ경상대ㆍ한국교통대의 관련 교수들도 참가했다.

모다모다 샴푸는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가 폴리페놀 성분 연구ㆍ개발(R&D)을 통해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염색 효과 샴푸다. 깎아놓은 사과가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이용했다. 염색약이 아닌 샴푸만 쓰는데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흰머리가 흑갈색으로 변한다. 이 교수와 KAIST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샴푸에 적용해 지난해 스타트업인 모다모다에 기술 이전했다.

모다모다 샴푸 논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모다모다 샴푸 논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모다모다 문제된다면, 염색약도 규제해야"

이해신 교수는 "THB 성분을 사용금지 조치한 EU의 제품안전성 과학위원회(SCCS) 보고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THB 성분이 기존의 염색약 주성분인 p-페닐렌디아민(이하 PPD) 성분과 결합할 시의 유해 가능성을 다루고 있는 점과 이 실험이 염색약처럼 20~30분 장시간 사용할 시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연갈변샴푸라는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한 배경에는 독성이 강해 기존의 염모제로 염색을 하는 게 불가능한 고령의 어머니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기저질환자나 알레르기 환자들이 있다”며“독성이 강한 성분으로 변색을 하는 게 아닌,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일상에서 쉽게 노출되는 성분으로 편리하게 노화 모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모다모다 샴푸가 가진 의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들도 식약처의 행정처분 예고에 대해 반박했다.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같은 보고서에서 THB가 염모제 성분과 같이 쓰일 때에조차도 포유류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건과 어느 하나 부합하지 않는 모다모다 샴푸가 이번 행정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이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영 한국교통대 화공생물공학과 교수는 “만약 THB 성분의 유전독성 우려가 있었다면 화장품뿐 아니라 염색약까지 THB 성분 사용금지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샴푸보다 염색약의 독성 우려가 크다는 점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임에도 여전히 염색약에는 PPD 및 아민 계열의 화학약품이 널리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모다모다의 모발 실험 결과

모다모다의 모발 실험 결과

식약처 "전문가 회의 결과 유럽의 평가결과와 다르지 않아" 

모다모다와 이해신 교수는 식약처의 행정예고 재검토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과 정부인증의 민간 비임상시험기관에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식약처가 사전적 예방 조치라는 명목으로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국내 혁신기술을 좌절시켜서는 안될 일”이라며“이번 행정예고된 화장품법 개정안이 재검토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문제가 된 THB 성분은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다모다에 따르면, 해당 샴푸는 지난해 8월 츨시된 이후 연말까지 150만 병 이상 생산됐으며, 국내 320억원, 미국 등 해외 2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모다모다 샴푸가 기능성 화장품이 아님에도 제품의 명칭과 제조방법, 효능ㆍ효과 등에 관해 기능성 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고 있다’며  4개월간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모다모다 샴푸에 들어가는 THB 성분이 유럽에서는 알레르기 유발성분으로 분류돼 해당 성분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가 되고 있다며, THB 성분을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추가하겠다고 행정처분 예고를 내린바 있다.

식약처는 이날 KAIST·모다모다의 기자회견 이후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식약처는 유럽의 조치 결정의 과학적 근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회의를 거친 결과 유럽에서의 평가 결과와 다르지 않은 의견을 토대로 사전 예방적 관리 차원에서 THB 사용을 금지하는 개정안에 대해 행정예고 한 것"이라며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절차를 법령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오는 17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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