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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로나에 부실한 공교육…서울 사립초 900명 '전학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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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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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울 사립초로의 ‘전학 러시’ 현상이 뚜렷해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되면서 공교육의 부실한 대응에 불만을 가진 학부모들이 사립초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공립초에서 사립초로 전학한 학생(전입생) 수는 904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2019년에는 788명, 2018년에는 717명이 사립초로 전입했다.

반대로 서울 사립초에서 다른 곳으로 간 학생(전출생) 수는 100명 이상 줄었다. 보통 사립초는 이사·유학을 가거나 높은 학비·부적응 등의 문제로 적지 않은 학생이 이탈한다. 2018~2019년에는 사립초에서 연평균 1650여명이 전출했다. 하지만 2020년 전출생은 1533명으로 다른 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서울 사립초 전·출입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사립초 전·출입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올해 사립초 입학 경쟁률, 2019년 대비 5배 증가

사립초 입학 경쟁률도 코로나19 이후 계속 상승세다. 2022학년도 사립초 평균 입학 경쟁률은 11.7대 1로, 2019학년도 경쟁률인 2대 1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중복지원이 가능해진 2021학년도 경쟁률(6.8대 1)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올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미달 사립초가 적지 않았다. 2018년만 해도 서울 39개 사립초 중 4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 중 한 곳인 은혜초는 결국 폐교했다.

서울 사립초 입학 경쟁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사립초 입학 경쟁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액 무상’으로 이뤄지는 공립초와 달리 사립초는 등록금만 연간 평균 700만원이 넘는다. 대학 등록금 수준이다. 급식비를 제외하고는 전액 ‘학부모 부담’이다. 그럼에도 사립초의 전학생이 늘고, 전출은 줄고, 경쟁률은 높아지는 현상은 공립 학교에 대한 학부모 불만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0년 사립초의 평균 등교 수업 일수는 4.2일로 공립초(1.9일)의 두 배가 넘었다. 학생용 노트북·태블릿 등 컴퓨터 보유 현황도 2021년 기준 사립초는 전체 학생 수의 36.4%에 해당하는 숫자만큼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공립초는 전체 학생 대비 24.2%만큼의 기기를 갖추고 있다. 학생별 맞춤 수업이 이뤄지는 수준별 교실도 사립초는 전체 교실 대비 3.2% 수준으로 갖춰진 반면, 공립초는 0.8%로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사립초 인기, 공교육 불신 한 몫"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 이모(38)씨는 사립초 전학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아이가 다니는 공립초는 문을 닫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같은 아파트의 사립초 아이는 스쿨버스 타고 등교하고, 방과 후 수업도 받더라”고 했다. 사립초의 온라인 수업이 더 낫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는 “사립초는 원격수업에서 학생과 교사가 소통하는 수준이나 밀접도가 더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한 사립초 교장은 “사립초는 오롯이 학부모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립초에 비해 학생 한명 한명에게 더 집중하게 되고, 학부모의 요구나 건의사항을 훨씬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된다”며 “대면이 어려워진 코로나19 상황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빠르게 대처하는 사립초의 교육 시스템에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공교육 불신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사립초 인기가 올라가는 원인은 코로나19로 커진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라며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기초학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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