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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바뀐다…PCR검사 확 줄이고, 동네 의원서 코로나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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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오미크론 파고가 거세지기 전 '코로나19와의 공존'을 핵심으로 한 새 방역 전략 짜기에 돌입했다. 감염 전파를 최대한 억제했던 K방역에서 벗어나 고위험군 보호에 방점을 둔 이른바 '뉴노멀'(새로운 기준)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12일 정부 주최로 의료계와 정부 협의체가 첫 회의를 열고 장기적 대응 방향을 논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에 앞서 전자 문진표를 등록하고 있다.김성태/2022.01.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에 앞서 전자 문진표를 등록하고 있다.김성태/2022.01.11.

11일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1월 중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대체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오미크론 우세화 이후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서 방역 및 의료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정부-의료계 협의체 첫 회의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주축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중환자의학회 관계자 등 10명 안팎이 참여하는 중장기 오미크론 대책 관련 협의체를 꾸려 12일 오후 첫 회의를 연다. 정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1월 중으로 대응 방향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모든 감염원을 추적해 전파 차단에 집중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7일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오미크론을 감당하려면 방역 체계 전반을 ‘속도’와 ‘효율성’의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도 7일 오미크론 대응 관련 토론회에서 “기존 K방역은 확진자가 수 백명 수준일 때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이제는 전략적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험군과 중증환자에 역량을 쏟아붓고, 절대 다수를 차지할 경증환자는 최대한 관리 강도를 낮춰 정상적 의료대응체계에서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T(검사·추적·치료)는 결국 선택과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사의 경우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자를 대폭 줄인다. 코로나19 유증상자, 밀접접촉자, 백신 미접종자, 고령자 등이 우선 대상자다. 나머지 검사 희망자는 신속항원검사로 양성이 나올 때 PCR 하는 방식이다. 검사 최대 역량을 현재의 75만건에서 10만건 더 확대하되, 이렇게 해도 감당이 안 될 우려가 크니 신속항원검사를 보조 수단을 활용키로 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고위험군) 이외의 분들은 PCR 검사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서 차순위로 검사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검사 기관에 동네 의원급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제한적으로라도 의원급에서 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1단계로는 호흡기 클리닉 중심으로 가되, 향후 의료계 협의에 따라 이비인후과 등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574개 호흡기 클리닉이 있는데 수도권에 40% 이상(244곳) 몰려 있다. 의원급은 20%에 그친다.

박국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회장은 “호흡기 클리닉은 공간 분리, 음압시설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일반 의원급에서 이렇게 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며 “의료진이 적절한 보호구와 음압 부스 등 간편 음압시설을 갖춰 환자를 진료하고 수가를 지급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향 반장은 이와 관련, “오미크론 확진자 수가 몇만 명, 심지어 십만명 대까지도 올라간다는 예측이 있다”며 “의원급 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학조사도 시민 참여형 방식으로 전환해 부하를 줄일 계획이다. 보건소가 해온 기초역학조사를 당국이 제공하는 인터넷 주소(링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직접 입력하는 식으로 바꾼다.

방대본 관계자는 “효율화를 위해 자가기입식 역학조사서가 보급될 것”이라며 “웹 설문조사하듯 링크를 보내주면 확진자 본인이 기본 인적사항과 증상, 접촉자 정보 등을 입력해 회신하도록 해 보건소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가 동선 입력 앱인 '코로나동선안심이(코동이)'도 본격 도입된다. 민간이 개발한 이 앱은 위치정보시스템(GPS)를 기반으로 앱 사용자의 동선과 보건소 데이터베이스(DB)에서 얻은 확진자 동선을 대조한다. 동선이 겹쳤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알림이 뜬다. 현재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고 3월께 마무리된다. 방대본 관계자는 “전자출입명부(QR) 정보를 연계하면 GPS 오차를 보정하면서 정확도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 시 노출시설과 접촉자 전체를 전부 조사해 관리하지만, 이 역시 위험도가 높은 1순위 집단(가족, 직장 동료,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위주로 한다. 즉 확진자가 발생하면 가족, 직장 동료 중심으로 조사해 격리나 검사 등을 통보하고 확진자가 들렀던 일반 다중이용시설 등을 대상으로는 접촉자 조사를 일일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치료 방식도 바뀐다. 지금처럼 모든 확진자는 재택치료 위주로 가고, 중증 환자 관리에 더 집중하는 방식이다. 다만 재택치료 환자는 동네 의원이 진료하도록 바꿔나갈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의사회가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서울형 재택치료 방식이 전국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박향 반장은 “재택치료 협력 의료기관이 병원급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의원급 참여 관련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상황을 보면서 제도를 안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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