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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음반에 사랑을 싣고… 최성철 대표의 음악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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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최성철 페이퍼 크리에이티브 대표가 심성락 선생의 음반 〈다시부는 바람의 노래〉를 들고 섰다.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결국 눈을 감고야 말았다.

최성철 페이퍼 크리에이티브 대표가 심성락 선생의 음반 〈다시부는 바람의 노래〉를 들고 섰다.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결국 눈을 감고야 말았다.

지난해 말 아코디언 마에스트로 불리던
심성락 선생의 부고를 들었다.
그때 LP음반 제작사인 페이퍼 크리에이티브의
최성철 대표가 떠올랐다.
5년 전 그가 내게 심성락 선생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소리로 사람을 즐겁게 하라’는 의미로
성락이란 이름을 쓰는 분입니다.
실제 심 선생은 우리나라 아코디언의 거장입니다.
이미자, 패티킴, 신승훈 등 국내 음악가
열 중 아홉과 음반 작업을 했고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연주곡만 7000여 곡,
음반은 1000여 장에 달할 정도니
여든 인생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입니다. ”

어릴 적 사고로 절단된 새끼손가락 때문에 심성락 선생은 네 손가락으로 건반을 짚는다. 수없이 연습해서 만든 그만의 운지법, 비록 정식이 아니지만 다친 손가락 덕분에 독보적인 그만의 세계를 구축한 게다.

어릴 적 사고로 절단된 새끼손가락 때문에 심성락 선생은 네 손가락으로 건반을 짚는다. 수없이 연습해서 만든 그만의 운지법, 비록 정식이 아니지만 다친 손가락 덕분에 독보적인 그만의 세계를 구축한 게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기자로서 그를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최 대표는 심 선생의 근황도 아울러 들려줬다.
“최근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화재로
그의 아코디언이 불타버렸어요.
바람이 들어오면 숨을 들이쉬고,
바람이 나가면 숨을 내쉬는 주름상자가 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심 선생의 인생이 타버린 거죠.
그래서 제가 심 선생 아코디언을
다시 사드리는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자그마치 3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일이니
쉬운 일이 아닌 터였다.
그런데 기적처럼 소셜펀딩 33일 만에
후원자 560명이 펀딩을 완성해냈다.
이때 최 대표는 후원자에게
심성락 LP음반 선물로 보답하겠다고 공약했다.

최성철 대표는 우리나라 LP 음반 시장이 녹록지 않았던 2009년 부터 LP 음반을 제작해 왔다.

최성철 대표는 우리나라 LP 음반 시장이 녹록지 않았던 2009년 부터 LP 음반을 제작해 왔다.

최 대표는 2009년부터 LP음반을 제작해왔다.
당시만 해도 국내 여건이 열악하여
영국, 독일, 체코 등에서 LP를 주문 제작했다.
이러니 제작비가 만만찮았다.
어찌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비슷했다.

이리 어려운 상황인데도 후원자에게
LP음반 선물이라는 공약을 한 게다.
그가 후원자에게 약속을 지키는 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
그래도 그는 약속을 지켰다.

최성철 대표가 만든 LP 음반 〈Unforgettable〉, 가객 김광석 씨가 미국에서 라이브로 부른 노래를 발굴하여 만든 음반이다.

최성철 대표가 만든 LP 음반 〈Unforgettable〉, 가객 김광석 씨가 미국에서 라이브로 부른 노래를 발굴하여 만든 음반이다.

지금까지 그가 만든 LP음반이 90여 개다.
이만큼 만든 소감을 그가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땐 매일 제작비 걱정이었습니다.
그사이 LP 시장이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제작비 걱정 안 하고
LP를 만들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이 모두 ‘같이’의 ‘가치’가 이루어낸 기적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