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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39층 아파트 어떻게 지었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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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광주광역시의 한 초고층(39층)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외벽이 무너져내려 차량 20여 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건설사는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시 학동 주택재개발현장 붕괴 참사 현장에서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던 시공사다. 소방당국은 현재까지 3명을 구조하고,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자 6명의 신원과 소재 파악에 나섰다.

11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의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연합뉴스]

11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의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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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광주시 소방본부와 서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7분쯤 광주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 ‘아파트 1개 동 외벽이 붕괴했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이 사고로 아파트 외벽에서 떨어진 잔해물이 인근 주차장을 덮쳐 차량 20여 대가 파손되거나 매몰됐다. 소방당국은 도로변 지상 컨테이너 등에 갇혀 있던 3명을 구조하고, 1층에서 잔해물에 맞은 1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작업자 6명이 연락 두절 상태다. 소방당국은 작업자 6명 모두 내국인으로 28층과 29층에 3명, 31층부터 34층까지 3명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사고 현장 인근의 안전성 문제로 11일 오후 8시 현재 수색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옥상 콘크리트 붓다 와르르 … 실종자 가족 “연락 안돼” 발동동

이 사고로 아파트 입주의 연기는 물론 재시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지역에서 사망 9명 등 17명의 사상자를 내고 관련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또 사고를 낸 시공사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번 외벽 붕괴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압력이나 충격 등으로 외벽이 무너져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조호익 광주 서부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은 사고 현장에서 마련한 브리핑에서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벽이 붕괴했다”고 말했다.

광주 신축 아파트 구조물 붕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광주 신축 아파트 구조물 붕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붕괴사고가 일어난 이후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 중 1명이 사고 당일 공사현장에 출근했다는 가족의 증언이 나왔다. 11일 실종자 가족 A씨는 중앙일보와 만나 “(실종자가) 오늘 아침에 출근한 뒤 오전까지 통화도 했었다”며 “출근했는데 생사도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6명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한 결과 5명의 휴대전화는 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 1명은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쌍촌동 인근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휴대전화 위치 조회는 2㎞ 반경으로 반응한다”며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이들이 실제 작업에 투입됐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들이 붕괴한 건물에 매몰됐는지 확인하려면 구조장비와 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추가 붕괴 위험 가능성이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붕괴 사고 직후 추가 붕괴 우려에 인접한 인근 주상복합상가 입주민과 상인 200여 세대도 대피한 상황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외벽에 설치된 140m 높이의 크레인이 추가 붕괴 위험성이 있어 반경 140m는 위험한 상태”라며 “전문가들의 현장 안전점검 결과가 나와야 수색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광천종합버스터미널 인근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지하 4층~지상 39층 규모로 1, 2단지로 나뉘어 있는데, 사고가 일어난 건물은 2단지의 201동이다. 2020년 3월 착공했고,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시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시공업체다. 지난해 6월 9일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붕괴 참사 이후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등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8)씨와 안전부장 김모(58)씨, 공무부장 노모(54)씨는 현장 및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해 철거 건물 붕괴사고를 유발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서씨 등은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 부실 철거가 이뤄졌음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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