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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와 전쟁 선포…파월 ‘시즌2’ 독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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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공급망 병목에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의 수퍼마켓 겸 약국 CVS 매장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급망 병목에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의 수퍼마켓 겸 약국 CVS 매장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긴축을 향해 방향을 튼 Fed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월은 Fed가 이날 홈페이지에 사전 공개한 상원 인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식품·주거·교통수단 가격 상승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비용을 내도록 강요한다”며 “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고, 경제 회복과 노동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Fed 시즌 2’ 출사표가 ‘인플레 파이터’ 선언이 된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파월을 Fed 의장에 재지명했다. 11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면 파월은 다음 달부터 4년간 의장직을 이어가게 된다.

물가는 당분간 파월의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당장 인준 청문회에서 인플레 대처 실기(失期) 공세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파월 미 연방 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10일 4년 추가 임기 인준 청문회에 앞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월 미 연방 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10일 4년 추가 임기 인준 청문회에 앞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월은 그동안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평가해오다가 거센 물가 상승세에 지난달 상원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말을 버릴 좋은 시기”라고 입장을 바꿨다. 또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에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조기 종료와 금리 인상, 양적 긴축 카드도 꺼내 들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에너지와 금속 등 23개 품목 가격을 지수로 나타낸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11일 511.05를 기록해 지난해 3월(272.69)보다 87%가 올랐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6.8% 올랐다. 1982년 6월 이후 3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오는 12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지난달 CPI는 7% 상승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내다봤다.

주거비 상승과 임금 상승 압력 등도 물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그 결과 근로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며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게 돼 물가가 더 뛰게 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의 시간당 급여는 1년 전보다 4.8% 올랐는데 CPI는 6.8%를 기록하며 추가 임금 인상 요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Fed의 금리 인상 시간표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Fed는 지난달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오는 3월로 앞당기고 연말까지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파월이 인플레와의 일전을 선포하면서 Fed가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는 오는 3월에 바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지난 1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FedWatch·연방기금 선물가격 데이터로 Fed 통화정책 전망)는 올해 3월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76.4%로 예상했다. 지난달 전망치(54.1%)보다 크게 뛰었다.

Fed의 금리 인상이 올해 3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단지 4차례 금리 인상에 그친다면 개인적으로 놀랄 것”라며 “인플레이션이 Fed의 생각보다 더 나쁜 상황이면, 생각보다 더 많이 금리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한국은행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국내 경기와 물가 등 종합적으로 볼 때 금리 정상화를 끌고 가겠다는 종래의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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