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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반토막 난 리비안…3000억 물린 서학개미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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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두 달간 리비안 주식을 약 3000억 원어치 산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R1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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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리비안은 전 거래일보다 5.61% 급락한 81.44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설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기술주 매도세가 이어져서다. 금리가 인상되면 차입 경영에 의존하는 기술주는 약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테슬라·애플 등 다른 기술주는 이날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면서 리비안의 하락은 더욱 도드라졌다. 시장에선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사진)의 양산 차질, 경쟁사의 추격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스닥 입성 직후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으면서 상장 직후 5거래일 동안 120% 이상 폭등했다. 시가총액으론 테슬라·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에 올랐다. 국내 서학개미들도 단기간에 리비안 주식을 쓸어담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이후 이달 10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리비안 주식을 약 2억8400만 달러어치(약 3300억원) 순매수했다.

리비안 주가 상승세가 크게 꺾인 건 R.J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가 R1T의 생산 차질을 공식화하면서다. 그는 “반도체 공급난 문제로  R1T와 R1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단기에 늘리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때 180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리비안의 양산 능력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로이터통신은 리비안이 지난해 목표였던 1200대에 못 미치는 1015대의 차량을 생산했고, 소비자에게 실제 인도된 차량은 920대라고 보도했다. 올해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계속될 전망이다. 경쟁업체들은 세를 불리고 있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연간 생산을 15만 대로 두 배로 늘린다고 했고, 제너럴모터스(GM)도 실버라도를 공개했다. 지난 6일엔 리비안과 기술협력을 맺은 아마존이 스탤란티스와 손잡았단 소식에 나오면서 리비안 주가는 7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장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 리비안이 미국 조지아 신공장을 통해 2024년까지 40만 대 추가 생산 여력을 갖춘 점 등은 장점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리비안의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여전히 긍정적인 장기 투자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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