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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목소리로…가상인간, K팝도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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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뮤지션 데뷔를 앞둔 가상인간 ‘래아’와 윤종신 미스틱스토리 대표 프로듀서. [사진 LG전자]

뮤지션 데뷔를 앞둔 가상인간 ‘래아’와 윤종신 미스틱스토리 대표 프로듀서. [사진 LG전자]

LG전자가 만든 가상인간 ‘래아킴(래아)’이 유명 매니지먼트업체와 손잡고 가수로 데뷔한다. 래아는 지난해부터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등에 등장해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LG전자는 자사의 가상 인플루언서인 래아의 뮤지션 데뷔를 위해 지난달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11일 밝혔다. 미스틱스토리의 윤종신 대표 프로듀서가 래아의 목소리와 노래를 제작하기로 했다. 래아는 지난 4일 LG전자가 CES 2022에서 공개한 ‘LG 월드 프리미엄’ 영상을 통해 뮤직비디오 티저를 공개한 바 있다. 데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간 가상인간들은 주로 광고모델처럼  비주얼이 돋보이는 활동을 주로 했었다. LG전자와 미스틱스토리에 따르면 래아는 아직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최적의 음역을 찾아 세상에 없는 새로운 목소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래아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직접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23살 싱어송라이터 겸 DJ라고 소개한다. 실제 음악은 인공지능(AI) 작곡 시스템이 하며 윤 대표를 비롯한 미스틱스토리의 프로듀서들이 프로듀싱을 맡는다.

미스틱스토리 관계자는 “LG전자의 기술력과 래아라는 아티스트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고 함께 작업하기로 했다”며 “미스틱스토리는 음악·영상·부가 콘텐트를 개발·제작하고, 매니지먼트와 프로모션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유명 가상인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의 유명 가상인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상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광고 모델에서 시작해 쇼호스트·앵커 등으로도 진출 중이다. 음반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에프앤씨의 자회사인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가상 아이돌을 선보일 계획이다.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는 가상현실(VR) 게임의 주인공으로 제작한 ‘한유아’의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이다.

AI 그래픽 전문기업인 펄스나인은 지난해 3월 11인조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의 일부 멤버를 처음 선보였다. 이터니티는 사람의 목소리를 활용한다. 펄스나인 관계자는 “첫 뮤직비디오에서 해외 팬들에게 기술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지적받았지만 점점 나아져 최근에는 놀랍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가상 가수의 역사는 올해로 25년을 맞는다.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데뷔해 20만여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했지만, 기술과 인력 투입의 한계로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다.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연한 가상인간 로지를 제작한 사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오는 3월쯤 새로운 가상인간을 소개할 예정으로 가상 가수 등 여러 팀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회사 김진수 이사는 “가상인간의 음반 활동에서 입 모양을 맞추고, 목소리를 내는 일은 기술적으로 문제없을 것”이라며 “결국 어떤 노래와 퍼포먼스를 할지 즉, 콘텐트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음악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정 평론가는 “과거의 사이버 가수는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했지만, 완전히 디지털로 만든 목소리가 대중에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연예산업은 성공·실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라 래아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 어렵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가요계에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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