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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대표에 성악가 임명 논란…“정권말 알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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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오른쪽)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신임 대표로 최정숙씨를 11일 임명했다. [사진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오른쪽)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신임 대표로 최정숙씨를 11일 임명했다. [사진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에 최정숙(53)씨가 11일 임명됐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날 임명장을 수여했다. 임기는 3년이다.

최 신임 대표는 성악가(메조소프라노)다. 정부에서 연간 약 60억원을 지원받는 오케스트라에 성악가 대표 임용은 이례적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최 신임 대표는 국내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음악원, 프랑스 에콜 노르말 음악원을 거쳤다. 2010~2012년 숙명여대 성악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지역문화진흥원 이사를 역임했지만, 예술단체 운영이나 오케스트라 관련 직무 경험은 없다.

이번 임명은 이전 대표 때와 결이 다르다. 2019년 임명된 박선희 전 대표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현 금호문화재단)에서 음악 분야 영재를 발굴했고, 베를린필하모닉, 뉴욕필하모닉 등 교향악단 내한 공연을 주도한 경력이 있었다. 2015년 임명된 이원철 전 대표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본부장 출신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경영본부장, 안양문예회관, 성남문화재단을 거쳤다.

문체부 측은 “(최 신임 대표가) 성악가이며 대학교수도 지냈다. 음악인이라는 부분을 고려해 인선했다. 지역문화진흥원 이사로서 적극적인 소통 능력을 보였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신임 대표가 지역문화진흥원 이사에 선임된 건 불과 2개월 전인 지난해 11월이다.

음악계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음악 공연을 기획하는 A씨는 “전형적인 정권 말 알박기 인사”라며 “음악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오케스트라에 메조소프라노 출신 대표를 임명한 건 촌극”이라고 비판했다. 지역 오케스트라 사무국 출신인 B씨는 “경력과 임명에 연관성이 없다. 음악인이라서 오케스트라 운영을 맡을 수 있다면 후보는 수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 신임 대표는 2018년 황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서울 양천구에서 ‘양천갑 당원과 함께하는 2018 송년 평화 콘서트’에 출연한 일이 있다. 당시 황 장관이 사회를 맡았는데, 최 신임 대표가 당시 출연해 노래한 기록이 황 장관 블로그에 올라 있다.

1985년 창단한 코리아심포니 오케스트라는 2001년 재단법인이 됐다. 예산 중 70%를 국고보조금으로, 30%를 자체 수입으로 충당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 연주를 담당한다. 오는 23일 새 예술감독인 다비트 라일란트의 취임 연주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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