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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다 부수고 다시 지어라"...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부실·철거" 등 후폭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신축 중이던 아파트 외벽 3분의 1가량이 무너져내린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재건축 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향후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11월로 예정된 입주 예정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광주시와 광주 서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화정 아이파크는 이날 일부 신축 동의 23∼34층 외벽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지하 4층~지상 39층짜리 8개 동 847세대 규모를 신축 중이던 현장은 현재 폭격을 당한 것처럼 처참한 모습이다. 사고 직전 39층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사고 전) 옥상 부근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타설은 건물 바닥·벽면 등을 최종적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철근으로 바닥 하중 등을 만들고, 전기배선, 배관 등 설치가 끝난 후 진행한다.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주민들, "부실공사 가능성" 제기 

공사 현장 주변의 일부 시민들은 “비나 눈이 올 때도 공사를 벌이는 것을 목격했다”며 부실공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부실 시공 때문에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았고, 건물 외벽이 마치 벽지가 뜯기듯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밀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통상) 아파트는 지상 1, 2층부터 위로 올라가는 시공법을 사용한다”며 “아래층에서 어느 정도 (콘크리트 구조물의) 강도가 발현되면 거푸집을 제거하고 위층으로 간다. (광주 사고 현장의 경우) 몇 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바람직하지 않고 흔한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앞으로 안전진단 때) 강도와 재료·구조·보강 등이 제대로 되었는가에 근거해 붕괴 부분 외 다른 부분에 문제없다면 부분적으로 철거하고 보강하면 된다”며 “붕괴 부분 중 특정 층에 문제가 있어 무너진 건지, 위에서부터 파괴된 건지 정밀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서 공사 중 고층아파트 구조물 붕괴. 연합뉴스

광주서 공사 중 고층아파트 구조물 붕괴. 연합뉴스

안전진단 곧 진행할 듯  

안전진단은 건축구조기술사회에서 파견 와 진행할 수 있다. 주로 붕괴 사고 땐 ▶적법한 시공방법 ▶재료 ▶재료의 강도발현 ▶시공기간의 적절성 등 4가지를 집중한다. 광주 사고의 경우 복수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교수는 “질퍽질퍽한 상태의 콘크리트가 시간이 지나 힘을 받으면 딱딱하게 된다. 재료가 힘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소요기간이 잘 지켜졌는지 검토해봐야 한다”며“또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이 충분하게 시공됐는지 패턴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건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확한 구조 안전 진단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상당층의 외벽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경우에 따라 전체 건물을 철거한 뒤 다시 지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등이 이뤄지면 11월 입주예정 시기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예비 입주자들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크게 불안해했다.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민들은 오픈 채팅방에서 “무서워서 저길 어떻게 사느냐”, “싹 다 부수고 지어야 하는 거 아니냐”, “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P(프리미엄) 주고 산 사람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등등 심경을 쏟아냈다.

불안한 입주예정자들 

광주시민들은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붕괴 현장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다. “입주하고 무너졌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부실공사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산업개발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사고를 낸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광주에서 두 번째 붕괴사고를 일으켰다. 오는 27일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는 제외되겠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DC 관계자는 “일단 추가 붕괴위험이 없는지 안전진단이 우선이다. 안전진단 업체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구청, 소방당국과도 안전진단 절차를 조율 중이다. 현재로썬 원인을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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