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원 91명 무더기 통신조회…국민의힘, 공수처 추가 고발한다

중앙일보

입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의힘 국회의원 91명(87%)에 대한 통신조회를 한 데 대해 의원들이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고발하기로 했다. 야당 의원 대다수에 대한 무차별 통신조회는 당초 고발 사주 의혹과 연관성을 갖추지 못한 불법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11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5명 가운데 91명이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신상정보) 조회를 당했다. 공수처가 이렇게 무더기로 야당 의원의 신상정보를 들여다본 근거는 고발 사주 의혹의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소속 김웅 의원을 상대로 받은 통신영장이었다.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김웅 의원을 상대로 지난해 9월 27일과 10월 26일, 총 두 차례 법원으로부터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허가서(통신영장)를 발부받았다고 한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 통신조회 관련 강성국 법무부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2.1.10 김경록 기자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 통신조회 관련 강성국 법무부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2.1.10 김경록 기자

통신내역 보관 기간 1년인데…1년 5개월 뒤 영장으로 통신조회

국민의힘은 하지만 두 번의 통신영장에 기반한 공수처의 통신조회가 수사 연관성을 갖추지 못한 불법 조회라고 주장했다. 김웅 의원이 조성은씨에게 고발 관련 자료를 전달하며 통화한 날이 2020년 4월 3일인데, 지난해 9월과 10월 발부받은 통신영장으로는 2020년 4월 사건 당시 착·발신 통화내역이나 카카오톡 메세지를 주고받은 로그 기록 등 통신 기록을 확보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신비밀보호법(시행령 제41조)은 전기통신사업자가 1년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하도록 규정한다. 공수처가 지난해 9월과 10월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았다면, 2020년 9월 이전의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구조적으로 확보가 불가능하다. 결국 고발사주 의혹의 수사 시점인 4월 3일과도 5개월 이상 이후 통신 기록을 들여다봤다는 뜻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법원의 통신영장 발부 내역.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법원의 통신영장 발부 내역.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불법 행위로 직권남용", "야권 정치 사찰" 비판 쏟아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는 법에 따라 수사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며 "신청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통신영장으로 자료를 조회했다면 그 자체가 불법이고 공수처의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나왔다. 진주혜 의원은 강성국 법무부 차관을 향해 "관계없는 시점부터 통화한 내역을 보다 보니까 국민의힘 의원 91명 통신자료가 조회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건 야권 탄압일뿐만 아니라 야권 정치 사찰"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옮겨

(과천=뉴스1) 허경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1.5/뉴스1

(과천=뉴스1) 허경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1.5/뉴스1

공수처로부터 무더기 통신조회를 당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간 카카오톡에 꾸렸던 단체 대화방을 텔레그램으로 옮기기로 했다. 텔레그램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버에서조차 메시지를 완전히 삭제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해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걸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공수처를 추가 고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앞서 지난달 22일, 김진욱 공수처장·최석규 공수처 부장검사 등을 '야당 국회의원 통신자료 조회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고발 이후 새로 확인된 통신조회 의원들을 포함해 추가 고발장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수사상 필요에 의해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진행했고, 상세한 내용은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