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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재명도 "이건 지지"…'나의 아저씨법' 시작은 청년들 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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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은(아이유)가 2018년 4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tvN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이지은(아이유)가 2018년 4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tvN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 애들 보호하는데 진영 따지지 말자.” (D커뮤니티)
“학교 다닐 때 동창이 빚 독촉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걸 봐서 공감된다.”(O커뮤니티)

2030세대가 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소확행 공약 ‘나의 아저씨 법’에 공감을 표시하는 글이 이어졌다. 반(反)이재명 여론이 강한 커뮤니티에서도 “이건 잘했다고 해야 한다. 빚 상속받고 인생 시작해보니 출발부터 지옥이다”(F커뮤니티), “이재명 지지 안 하지만 윤석열 후보도 이 공약은 받아야 한다”(M커뮤니티)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이 후보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갓 두 살이 넘은 아이가 돌아가신 아빠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키우던 할머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한다”는 사연을 올린 뒤 공약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법정대리인이 한정승인 기회를 놓쳤다면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된 후 일정 기간 내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현 제도를 고치자”며 “단 한 명의 젊은이도 사회의 첫발을 신용불량자가 된 채 내딛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승인 제도는 상속인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신청에 의해 부모가 남긴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물려받은 빚을 청산하는 제도다. 그러나 부모 사망(상속이 개시됐다는 것을 안 날) 뒤 3개월 이내에 상속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신청하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부모가 진 빚을 떠안아야 돼 빚더미에 앉은 채 사회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적지 않았다.

온라인상에 화제를 모으는 데는 〈나의 아저씨 법〉이라는 작명이 한몫했다. 배우 이지은(아이유)이 주연한 〈나의 아저씨〉는 중학생 때 사망한 아버지의 빚 3억원을 상속받아 겪는 어려움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인터넷 커뮤니티들엔 “드라마에서 사연을 간접 체험해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여럿 올라왔다.

선대위 정책본부에서 이 공약을 준비한 손낙구 보좌관(김정호 의원실)은 “처음에 정책을 만든 직원은 보고서 끝에 짧게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도 나온 사례’라고 적었다”며 “회의를 하면서 다른 직원들이 ‘이 드라마 나도 봤다. 청년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걸 제일 위로 올려서 쓰자’고 의견을 내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디지털 혁신 정책공약 1호’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디지털 혁신 정책공약 1호’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출발은 민주당 선대위가 온라인으로 받고 있는 국민정책제안이었다. 손 보좌관은 “국민 정책 제안이 하루에 300~400개씩 올라오는데 이 중에 부모가 물려준 빚 때문에 힘들게 생활하는 청년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적지 않았다”며 “당 정책위에서 법 제도를 담당하는 직원이 이것을 공약으로 만들자고 적극 나서며 검토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빚 대물림은 문재인 정부도 이미 신경을 쓰고 있는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참모회의에서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문제 해결을 위해 범부처 TF를 구성해 법률 지원체계를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사망 신고를 접수하면 유가족에게 상속 제도를 안내하고, 빚 상속 가능성이 있는 경우 복지 담당 부서로 연결해 법률구조공단의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미성년 상속인 한정승인 제도

이 후보의 공약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행정 대응을 촘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한 내에 미성년 자녀와 연락이 안 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공백이 생길 수가 있다. 이런 경우를 구제하기 위해서 법적으로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상임고문인 김관기 변호사는 “민법을 고친다면 이 후보가 제안한 방식보다는 부모가 사망했을 때 자녀는 자동적으로 한정승인을 하게 하고 원하는 경우에만 빚도 상속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는 게 더 효과적이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법에선 이미 한정승인이 디폴트(기본, default)라서 자녀가 원치 않는 부모 빚을 떠안는 경우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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